[Close-up] "이제 걸음마 단계 지나 … 명품회사 또 인수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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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성주그룹이 독일의 명품 브랜드 MCM 본사를 인수한 지 2년이 지났다. 그동안 김성주(51·사진) 성주그룹 회장은 무척 바빴다. 전 세계 32개국에 점포를 냈고 올 9월엔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의 ‘전쟁터’인 뉴욕 맨해튼에 진출했다. 그는 성공한 다국적기업의 최고경영자(CEO)만 초청받는다는 미국 MIT대의 MBA과정(슬로안 스쿨)에서 ‘21세기형 중소기업의 글로벌 브랜딩 스토리’를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1일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2008년 봄·여름 컬렉션’ 행사를 위해 귀국한 김 회장을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에서 만났다.

 -명품 비즈니스란 무엇인가.

 “20세기까지 명품은 부잣집 패밀리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엔 전문 직업인들이 새로운 명품 소비자군을 형성했다. 구매력 있는 프로페셔널이 명품의 주요 고객이다. 이들은 제품의 명성만 사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디자인·서비스·품질에다 기능과 테크놀로지까지 보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이 비즈니스가 성공할 수 있다.”

 -세계 시장에 뛰어든 계기는.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서 명품 수입업을 하면서 명품 산업의 성장 과정을 목격했다. 당시 내가 수입했던 구찌의 한국 사업은 보잘것없었고 구찌 본사의 사업 규모도 형편없었다. 그러나 미국의 자본과 매니지먼트가 접목되면서 순식간에 시가 총액 4조원대의 회사로 기적처럼 변하는 걸 봤다. ‘바로 저거다’ 싶었다. 기회를 노렸고, 왔을 때 잡았다.”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데, 비결은.

 “글로벌 생태에 맞는 경영 전략을 폈다. 또 한국의 젊은이들로 경영팀을 꾸렸는데 이들의 실력이 놀라웠다. 우리 젊은이들에겐 기회가 없었을 뿐 능력은 충분했다. 글로벌 땅 따먹기 전쟁에서 이기려면 최고경영자는 최일선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항상 현장을 누볐다. 그래서 흐름과 변화를 읽을 수 있었다.”

 -5년 안에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내년부터 일본과 중국에 진출한다. 내년에 중국에서만 10개, 홍콩·대만 등 범중화권에서 15개 정도의 매장을 연다. 3~4년 후 중국에서 글로벌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다. 한·중·일 3국에서만 5억 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

 -조만간 자유무역협정(FTA) 시대가 된다. 머지않아 무관세 명품도 들어올 수 있다.

 “FTA 시대에는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의 경계가 무너진다. 우린 모두 세계시장을 무대로 뛰어야 한다. 또 북한이 이르면 5~6년 내 개방될 것이다. 이런 변화는 우리에게 기회다. 세계적 네트워크를 더 잘 갖출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이제 MCM은 걸음마 단계를 지나 발전기에 와 있다. 곧 성장기에 접어든다. 그때가 되면 기업공개(IPO)도 생각할 것이다. 아직 밝힐 수는 없지만 또 다른 외국 명품회사를 인수하는 글로벌 M&A도 생각하고 있다.”

김동섭 산업데스크, 강승민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김성주=에너지 기업인 대성그룹 창업주인 고 김수근 회장의 막내 딸. 미국 하버드대와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에서 유학했다. 89년 ㈜성주를 설립하며 명품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2004년 월스트리트 저널이 뽑은 ‘주목할 세계 여성지도자 50인’에 들기도 했다.

◆MCM=76년 독일 뮌헨에서 가죽 가방 브랜드로 시작했다. 80년대엔 ‘독일의 루이뷔통’으로 불리며 20여 개국에 진출했으나 창업주가 불법 행위 스캔들에 휘말리며 사세가 기울었다. 국내에서 라이선스 사업을 하던 성주그룹이 2005년 독일 본사를 인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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