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더 싼 수입차” "거품은 없다” SK-공식딜러‘전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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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 임포트(Grey Import)’라고 불리는 외제차 병행 수입에 SK네트웍스가 진출한다는 소식에 수입차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가 ‘반격 수단’과 ‘대응 논리’ 개발에 부심하지만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있다. 판매가는 공식 수입업자를 통한 것보다 10~15% 낮게 책정키로 했다. 이럴 경우 2억660만원짜리 벤츠 S500이 1억7000만~1억8000만원대, 공식 가격 1억7230만원인 아우디 A8L 4.2는 1억4000만~1억5000만원대에 나온다. 일단 총 100여 대를 들여와 시장 반응을 본 뒤 추가 수입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SK네트웍스는 이를 위해 서울 방배동과 경기도 분당에 전시장을 준비 중이다. 수입차 부문의 마케팅·기획·회계 분야 경력 직원도 최근 뽑았다.

 ◆반발하는 수입차 업계=수입차 업계가 다급해졌다. 벤츠 등 고급 수입차는 이미 병행 수입업자들이 공식 판매가보다 20~30%까지 싸게 팔아 왔다. 하지만 SK네트웍스는 기존의 군소 병행 수입업체들과는 ‘체급’이 다르다. 일부 부실한 사후 서비스 때문에 병행 수입차를 꺼려 온 소비자들이 대거 몰릴 수 있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병행 수입 물량은 10%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SK가 병행 수입하기로 한 브랜드를 다루는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병행 수입업자에게 과도한 물량을 넘기는 딜러의 경우, 딜러 계약을 파기하거나 벌금을 매기기로 했다. 최근 방한한 랄프 바일러 아우디 수석 부회장도 “비공식 업자에게 차를 파는 딜러는 딜러십을 파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수입차협회의 회장사인 푸조는 실제로 SK네트웍스와 딜러십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병행 수입차 불이익은 문제 소지”=수입차 업체들의 견제 논리는 크게 두 가지다. ▶병행 수입차는 한국의 안정·환경 등 기준에 맞지 않고 ▶애프터서비스(AS)가 부실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공식 수입차는 한국의 규제 틀에 맞춰 만들고 3년간 무상 보증수리를 제공해 비싸다”며 “병행 수입은 이런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론이 만만찮다. 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병행 수입차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한 대 한 대 공단 내 자동차성능연구소의 안전 검사를 거친다”며 “병행 수입이라고 한국 규정에 맞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공식 수입업체들의 경우 일일이 검사 받을 필요가 없어 운송·인건비가 절약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원가 절감 요인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병행 수입차가 공식 딜러의 AS를 받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보증’제도로 2년간 AS를 받을 권리가 있다. 이에 대해 아우디코리아 관계자는 “딜러들이 병행 수입차 수리를 미루거나 기피하는 현상이 있다”고 반박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철호 홍보관리관은 “병행 수입업자와 거래한다는 이유로 딜러 계약을 파기하거나, 병행 수입차엔 AS를 해 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불공정거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합리적 가격에 수입차를 사는 길을 막아선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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