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이염·폐렴…감기 합병증 무서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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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일교차가 큰 환절기엔 병원마다 어린이 감기 환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그까짓 감기쯤이야…’하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지나치는 부모도 많다. 어린이는 어른의 축소판이 아니다. 따라서 감기의 증상도 심하고, ‘만병의 근원’일 정도로 합병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감기약은 효과가 미미하고 오래 복용하면 부작용 우려가 높다. 어린이 감기, 제대로 알고 현명하게 대처해 보자.

◆미숙한 어린이 호흡기관=성장·발육을 하고 있는 어린이는 호흡기가 취약해 질병 대처능력이 어른보다 불리하다. 우선 가스를 교환하는 폐포(허파꽈리)만 하더라도 폐포 수는 사춘기, 크기는 성인이 돼야 다 자란다. 따라서 똑같은 호흡기 질환이라도 어릴수록 심하게 앓기 마련이다.

또 기도의 직경도 어릴수록 좁아 기도의 저항이 큰 반면 점액선이 밀집돼 분비물이 많다. “아이가 기침을 하는가 싶더니 금방 가래가 끓으면서 숨찬 증상을 보인다”며 병원을 찾는 이유다. 어린이는 호흡 근육도 미숙하고 피로감도 심하다. 기관지 확장제 등 감기약에 대한 효과도 일정하지 않다.

◆빈발하는 합병증=감기는 의학적으로 코-목에 이르는 상기도(上氣道)가 감염된 병. 건강한 어린이도 평균 두 달에 한 번쯤(3~8회) 앓는다.

어린이는 일단 감기에 걸렸다 하면 합병증이 빈발한다. 특히 상기도와 인접한 중이염과 부비동염(축농증)이 잦다. 급성 중이염만 해도 어린이 90% 이상이 한 번 이상은 앓고 지나가며, 두 번 이상 앓는 경우도 절반 이상일 정도다.

면역 기능이 약하다 보니 곧바로 하기도(下氣道)로 넘어가 폐렴·모세기관지염으로 진행하는 것도 문제다. 일단 염증이 하기도로 넘어가면 기관지 미숙으로 인해 기침·가래·열 등의 증상이 심해 아이는 숨쉬기조차 힘들어 한다.

실제 두 돌 전후 환자가 많은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이 감기에서 폐렴으로 진행하면 고열·기침·호흡곤란 등에 시달릴 뿐 아니라 회복 후 폐기종·폐 섬유화 등 심각한 후유증도 20∼30%에서 나타난다. 심지어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없거나 가벼운 감기처럼 앓다 지나가는 성인과 대조적이다.

어른과 달리 증상도 심하고 합병증도 빈발하는 어린이 감기는 초기부터 소아과를 찾는게 안전하다. [중앙포토]

◆감기로 오인되는 병=어린이는 감기만 앓아도 열·복통·구토·보챔·식욕부진 등 전신 증상에 시달린다. 또 감기 비슷한 전신 증상을 보이는 병도 많다.

예컨대 어린이에게 흔한 요로감염의 경우, 열이 나며, 잘 안 먹고 보채는 게 주된 증상이다. 이때 많은 보호자가 “아이가 감기(혹은 열감기)에 또 걸렸다”는 푸념을 하며 감기약만 사다 먹이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요로감염이 방광-요관 역류증(방광에서 요도로 소변이 거꾸로 흘러 들어가는 병)에 의해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 이 경우 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 없이 감기약만 주고 방치하면 만성신부전으로 진행할 수 있다. 실제 국내 어린이 만성신부전의 가장 흔한 원인이 바로 방광-요관 역류증이다.

때론 백혈병 등 암환자 중에도 한동안 감기약만 복용하다 상태가 나빠져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아이가 백혈병 때문에 열이 나고, 잘 안 먹고, 기운 없어 하는 걸 ‘잔병치레가 잦다’거나, ‘감기를 달고 다니는 애니까’라며 지나친 탓이다.

어린이 감기의 가장 큰 특징은 대부분 콧물·코막힘 증상이 동반된다는 것. 따라서 콧물 없이 열만 날 땐 반드시 병원에서 간단한 소변검사라도 받는 게 안전하다.

◆소아과 전문의 진찰이 우선=감기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는 첫날부터 소아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축농증·중이염·폐렴 등으로 진행해도 제때, 적절한 조처를 취할 수 있다. 실제 합병증이 발생해도 보호자가 알기 힘든 경우가 많다. 중이염만 해도 고막 이상 이외에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50%나 된다.

집에서 사용하는 감기약으론 해열제 아세트아미노펜 정도만 사용하는 게 좋다. 예컨대 콧물을 줄이는 항히스타민제만 해도 마냥 먹이면 효과는 미미한 반면 섬모운동을 떨어뜨려 합병증 가능성이 높아진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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