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물풍차로 관광객 유치-동화의 나라 네덜란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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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풍차의 나라」네덜란드는 실제로 풍차가 많다.한때는 9천개가넘었으나 지금은 전국에 약 1천여개만이 남아있다.
「낮은 땅」이라는 뜻의 네덜란드는 국토의 반이상이 바다보다 낮기때문에 바닷물이 육지로 역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절실했다.배수를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서는 바람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이러한 현실아래 풍차는 자연발생적으로 만들어 졌다.
그후 밀이나 옥수수를 빻고 기름을 짜고 목재를 자르는데도 쓰이게 돼 증기기관이나 전기가 발명되기 전까지 풍차는 방앗간.공장.발전소등 3가지의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했던 풍차가 현대에 와서는 무용지물이 됐다.그러나 후손들은 이제는 아무 쓸모도 없는 풍차를 관광상품으로 활용해 해외 관광객들을 유치하는데 성공했다.네덜란드에서 가장 많은 풍차가 밀집해 있는 곳은 로테르담 남쪽 의 킨데르다이크(Kinderdijk)라는 곳이다.시냇물을 따라 줄지어선 19개의 우람한 풍차가 장관을 이룬다.1740년께 만들어진 이곳의 풍차도 당시에는 해수면보다 낮은 레크(Lek)강의 물을 퍼올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19개의 풍차중 18개는 위가 좁아지는 팔면체의 모습에 겉을이엉으로 엮었고 1개의 풍차는 허리가 잘룩한 곤충모양을 하고 있다.풍차의 직경은 약29m정도로 중심축의 높이는 15m에 이른다. 바람개비가 달려 있는 머리부분은 쉽게 회전할 수 있도록체인과 휠로 만들어져 있다.바람에 의해 축이 돌면 그 힘은 나무톱니바퀴에 전달돼 밖의 수차가 물을 퍼올릴 수 있도록 돼 있다.바람의 세기에 따라 바람개비의 날개폭도 조정된다.
즉 미풍에는 바람개비의 폭이 넓어지고 강풍에는 좁아진다.
킨데르다이크의 풍차들도 전기와 전동펌프의 등장으로 본래의 역할을 잃게 됐다.그러나 지금은 훌륭한 문화재로서 관광상품으로 활용돼 옛날 못지않게 국가경제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풍차는 四季에 따라 변하는 풍경처럼 하루에도 때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서정성이 있다.특히 킨데르다이크의 풍차를 보는 사람은 누구나 아름답고 평화스러운 풍경에 넋을 잃게 된다.
7,8월에는 매주 토요일 오후 관광객들을 위해 전국의 풍차를일제히 돌린다.또한 9월 둘째주 1주일간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풍차에 조명을 비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풍차는 공원의 장식물로 사용되거나 종종 주거용으로도 사용된다.킨데르다이크의 풍차중에도 사람이 살고 있는 풍차가 있어방문자를 놀라게 한다.
한때는 바람세를 받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지만 지금은 관광명물로 격하된 풍차가 급격히 노후화되면서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
그러나 킨데르다이크의 풍차는 「평화」라는 말을 사실적으로 표현한 듯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채 오늘도 관광객들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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