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하나銀 단체중매 책임진 선우 이웅진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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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하나은행이 저희를 믿고 큰 일을 맡겨줘 보람과 함께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저희의 평균 결혼 성사율은 25% 정도입니다만 하나은행 직원들의 경우에는 50%까지 끌어올려보겠습니다."

하나은행이 실시키로 한 '결혼 적령기 전직원 중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결혼정보회사 ㈜선우의 이웅진(李雄鎭.39)사장은 "만나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을 소개해 직장 생활의 든든한 기반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사내 후생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결혼 적령기의 남녀 직원 1천8백70명에게 짝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예전에야 '직원 기살리기'라면 회식이나 야유회 정도가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이제는 직원에게 꼭 필요한 일을 해주는 쪽으로 바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미혼 직원에게 결혼 만큼 중요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李사장은 그러면서 하나은행 직원들에게 한가지를 당부했다. 이상형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버렸으면 한다는 것이다.

"결혼은 자기와 잘 맞는 사람과 해야 합니다. 그러나 상당수 미혼 남녀들은 자기가 꿈꿔온 상대 만을 고집합니다. 결혼에 대한 명확한 원칙과 가치관이 없는 본인들도 문제지만 이상형을 상품화하는 결혼정보회사의 책임도 없지 않습니다."

그는 1991년 중매사업에 발을 들여놓았다. 독학으로 고졸 검정고시를 마치고 직장인 상대의 회원제 책방을 하다가 망한 뒤 책 외판원과 술집 웨이터 등을 하며 모은 돈을 밑천으로 스물여섯살 때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지금까지 14년동안 공식적으로 3천쌍을 맺어주는 데 성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중매로 그는 99년에 결혼한 탈북자 탁영철씨 커플을 들었다. 그동안 '남남북녀 미팅'으로 미혼 탈북자의 결혼을 주선, 여덟쌍의 '통일 커플'이 탄생했는데, 그 첫번째가 탁영철씨 커플이었다는 것이다.

"90년대 초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커플 매니저로 입사했어요. 그 아주머니는 몇달 근무하면서 별스럽다 싶을 정도로 한 회원의 만남 주선에 신경을 썼어요. 그리고 결혼을 성사시킨 뒤 그 아주머니는 회사를 떠나면서 '좋은 며느리를 고르기 위해 위장 취업 했다'고 하더군요."

지난해 7백쌍을 맺어줬고 올해는 8백쌍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그는 "인류 역사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계속될 수 있는 사업이 중매 사업"이라고 말했다.

김동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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