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약속을 지킬 때가 됐습니다. 올해 안에 자선재단을 만들겠습니다.”
-3년 전 200억원 벌면 자선 재단 만든다고 했고, 한 10년쯤 걸릴 거라고 예상했었는데 계획이 앞당겨졌다.
“그렇게 됐다. 200억 정도를 벌었다. 그때는 막연한 생각이었는데 이제 때가 된 것 같다. 타이거 우즈가 재단 설립한 지 10년이 됐는데 우즈가 재단으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베푸는 사람이 운동할 때도 더 힘이 나고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본다.”
-언제 재단이 출범하나.
“올해 안에 출범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서 본부 빌딩을 물색하고 있다.”(최 선수의 매니저는 재단 출범과 관련, 이미 필 미켈슨(미국) 등 스타들의 축하메시지를 받았다고 귀띔했다.)
-운동은 잘 하지만 돈만 많이 벌고 마는 운동기계 같은 스포츠 스타들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이같은 생각을 했나.
“내 나이 이제 마흔(최경주는 호적상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두 살이 적다)이다. 의미 있게 살고 싶다. 내가 죽은 다음에 그 선수는 운동을 잘해서 먹고 싶은 것 혼자서 다 먹고 갔다는 소리보다 사랑을 알고 인간적인 사람이었다는 얘기를 듣고 싶었다.”
-이 밖에 자선기금도 많이 내놓은 것으로 아는데.
“정확한 규모는 모르겠다. 여러가지를 계산하고 낸 것이 아니어서 그렇다. 내가 처음에 도왔던 아이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사회에 진출했다는 편지도 받았다. 그럴 때 아주 만족한다.”
-자선 재단의 컨셉트는 무엇인가.
“특별한 철학같은 것은 없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도 없고,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후원액이 많아진다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다.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본인의 성장기 환경과 관계가 있나.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나와 별 관계도 없는데 잘 챙겨주신 고마운 분들을 보면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됐다. 명절 때 인사차 들리면 용돈을 챙겨주시던 분들을 많이 겪으면서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주는 사람에겐 얼마 되지 않는 돈이었겠지만 받는 나에겐 큰 돈이었다. 아직도 그런 분들과 연락을 하고 지낸다. 옛날 그 마음을 고목나무처럼 계속 지키고 변하지 않도록 하겠다.”
-재단 이름은 정해졌나.
“처음엔 가칭 ‘탱크재단’이라고 붙였는데 아무래도 어울리지 않는 이름 같다. ‘최경주 재단’이나 ‘최경주 복지재단’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세계 랭킹 톱 10 이전과 이후에 달라질 것이 있나.
“별로 없다. 대회에 참가하면 미국 대회든 한국 대회든 소년처럼 가슴이 두근거린다. 우승했다고 우쭐하거나 들뜨지도 않고 성적이 나쁘다고 의기소침하지 않는 성격은 축복이다.”
싱가포르=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