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섬에가고싶다>충남 古代島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고대도(古代島)는 대천 어항에서 서쪽으로 14.5㎞떨어진 곳에 있다.큰 섬 원산도가 가까이에서 바람을 막아 주기 때문에 예부터 집터(垈)가 좋아 고대도(古代島)라 불리기도 한다.
고대도로 가는 길은 두가지가 있다.하나는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대천으로 해서 가는 길이고,또 하나는 안면도를 거쳐 영목에서 들어가는 길이다.
전자는 시간이 절약되고 후자는 시간이 다소 걸리기는 하지만 안면도를 남북으로 종주하는 맛이 이만저만 시원한게 아니다.
모든 섬이 다 아름답고 고독하고 낭만적일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섬을 찾는 목적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너무 경치나휴식 공간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고대도 같은 섬에서는 더더욱그러하다.남들이 살아가는 모습,어려운 여건하에서도 웃어가며 살수 있는 여유를 배우는 것도 섬여행에서 얻는 수확이 다.
고대도 여자들은 썰물이 시작되면 1㎞쯤 되는 바지락밭으로 달려간다.넓은 차양이 달린 모자 위에 수건을 감고 고무장갑에 고무장화차림으로 들통을 들고 달려간다.앉아서 발밑을 긁어 바지락을 캐는 모습을 멀리서 보면 꼭 두루미 같다.
약 20명의 여인들이 제각기 잡담하며 호미질을 한다.젊은 여자들은 손이 빠른데 할머니들은 그렇지 못하다.밀물이 되면서 들통에 바지락이 차오른다.하루 3시간 일해 1만원 벌이가 되는 거다.겨울엔 굴과 김을 따느라 여자들은 일년내내 쉴 새 없다.
마을 오른쪽 암초 속에 우뚝 솟은 선바위가 남신(男神)처럼 지켜보고 있다.홍어잡이 배에 탄 남편을 기다리던 망부석과는 달리 오늘은 아내를 위해 서 있음이 분명하다.바다에서 위급하면 돌도 신이요,물도 신이요,나무도 신이 되는 것을 어찌하랴.
고대도의 주업은 새우.멸치.오징어잡이등 다양하다.그러나 씨가말라 가니 앞으로 3~4년만 잡으면 어업에서 손을 떼야 할 형편이라 한다.
이장 강태윤씨(62)의 말에 따르면 앞으로는 양식으로 소득을올리는 수밖에 없다.안면도 최남단 영목 앞바다에는 가두리 양식장이 많다.
사방 5m 미만의 가두리 하나에 1천만원어치의 우럭이 들어 있다고 한다.
고대도는 아직도 당제(堂祭)를 지낸다.당산에는 1백년이 넘었을 소나무와 떡갈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있다.당집은 녹슨 함석지붕에 문이 굳게 닫혀 있다.그래도 정월 초사흗날이면 무당을 불러 어김없이 산제를 지낸다.
당산 뒤쪽으로 빽빽하게 들어선 소나무밭을 뚫고 내려가면 조그만 모래밭이 보인다.가족단위의 해수욕장으로는 안성맞춤이다.인근삽시도나 장고도에는 심심치 않게 해수욕장이 있는데 고대도는 말그대로 순수한 어촌이다.어업이 끊기면 아무짝에 도 쓸모없는 섬이다. 고대도는 관광자원이 극히 적은 섬이라서 이장은 이 섬의앞날을 염려하고 있다.
빈밭에 동백나무를 재배해 섬 전체를 동백꽃으로 덮어버릴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그렇지만 그것도 1~2년에 되는 일이 아니라고 망설인다.
***여 행 안 내 ▲면적:0.875평방㎞▲해안선 길이:4.
3㎞▲인구:3백50명▲가구:83 ▲교통:서울→대천→어항여객터미널→고대도 어항출장소(0452-32-2123) 서울(남부터미널)→서산→태안→안면도→영목→고대도 ▲숙식:산장여인숙(0452-32-2457)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