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슨, 모처럼 해외 대회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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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필 미켈슨(미국·사진)이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남자골프 세계랭킹 3위 미켈슨은 영국에서 열리는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을 제외하면 미국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있고 싶어서”라는 게 이유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1일 개막하는 아시안투어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행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이 여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렸기 때문이다. 이제 아이들에게 세상을 보여 주기 위해 아시아에 왔다”고 말했다. 미켈슨은 여덟 살부터 두 살 터울로 세 자녀가 있다. 미켈슨은 “큰딸 아만다가 중국 등 아시아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면서 “책에서 읽은 세계를 아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여행에 부인과 아이 셋, 보모까지 동행했다.

 이번에도 쉽지는 않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인근에 사는 미켈슨은 캘리포니아주를 덮친 화재로 대회 출전이 불투명했다. 미켈슨이 사는 주택단지의 12채 중 8채가 전소됐으나 다행히 그의 집은 무사했다. “하늘이 도와 싱가포르에 올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미켈슨은 12살 때 파일럿이자 골프광인 아버지가 싱가포르에서 열린 파일럿 골프대회에 참가했다가 사온 티셔츠를 몇 년 동안 입고 다녔다. 그래서 싱가포르에 오고 싶었다고 했다.

 미켈슨은 “아시아 선수들이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유는 최경주였다. 미켈슨은 “KJ는 안정된 경기를 하고 골프의 모든 부문에서 뛰어나다. 조만간 메이저 우승을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센토사 골프장 세라퐁 코스에서 열리는 바클레이스 싱가포르 오픈(총상금 400만 달러)에는 미켈슨 이외에도 최경주(나이키골프), 어니 엘스(남아공), 비제이 싱(피지), 아담 스콧(호주) 등 세계 톱 랭커들이 대거 참가한다. 한국에서도 김경태(신한은행)와 배상문(캘러웨이), 석종률(캘러웨이), 이승만(테일러메이드) 등 젊고 야심찬 선수들이 출전했다.

싱가포르=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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