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 한국 광고음악에 ‘단골’ 일본 가수 후지타 에미 방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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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후지타 에미는… 부부 듀엣 ‘르 커플’로 음악을 시작했다. 남편 후지타 류지는 기타와 작곡을, 에미는 보컬과 작사를 담당하고 있다. 94년 공식데뷔한 르 커플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바탕으로 슈크림 같은 부드러운 사운드를 선보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르 커플은 ‘양지의 시’로 1997년 일본 레코드 대상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 그후 르 커플은 활동을 잠시 접고, 에미가 음악적 소스를 이어받아 솔로 활동을 하고 있다.

1997년 ‘양지의 시’라는 노래를 일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중 음악의 하나로 만들며 일본의 국민가수로 떠오른 후지타 에미(44). 그의 지명도는 국내 광고계가 확인했다. 팝 명곡을 재해석해 부른 그의 노래 ‘트루 컬러스(True Colors)’는 두산아파트 ‘위브’에, ‘프롬 어 디스턴스(From a distance)’는 삼성 에버랜드 기업광고에, ‘투데이(Today)’는 삼성카드와 구몬학습 광고에 사용됐다. 그의 노래를 쓴 국내 광고는 14편에 이른다. 같은 음악을 반복해 쓰지 않는 광고 음악계에서 그의 노래가 이렇게 계속해서 사랑받을 수 있는 것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창법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팝 명곡을 감미로운 미성으로 재해석한 ‘카모마일’ 시리즈 앨범은 2003년 사스(SARS)로 고통받던 동남아 국가에서 ‘듣는 약(위로를 주는 음악)’으로 불리며, 공전의 히트를 했다. ‘카모마일 베스트’ 음반 발매 프로모션차 방한한 그를 만났다.

-팝 음반으로서는 드문 5.1채널의 SA음반을 낸 이유는.

“카모마일 시리즈를 집대성한다는 의미에서 음에 대한 본질을 추구하고 싶었다. 디지털 형태의 음반은 가공된 음질로, 원래 음악에서 벗어나 있다. 듣는 이에게 녹음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수많은 팝 명곡을 재해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원곡과는 다른 이미지를 주고 싶었다. 특히 남성가수의 곡을 많이 불렀는데, 듣는 이들은 여성이 이를 바꿔 부르는 데서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원곡을 모르는 신세대에게 좋은 노래를 알려주는 효과도 있다.”

-한국 광고에 당신의 음악이 많이 사용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광고들을 봤는데 대부분 영상이 편안하고 따뜻했다. 그런 영상에 내 노래가 적합하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추구하는 것도 편안함과 위안을 주는 음악이다. 내 음악이 사용된 광고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투데이’가 들어간 학습지와 신용카드 광고다. 특히 신용카드 광고는 내가 좋아하는 장동건이 모델로 나와 더욱 좋았다.”

-장동건의 열렬팬이라고 들었다.

“장동건은 잘 생겼을 뿐만 아니라 성품도 좋을 것 같다. 늘 가까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가 드라마에서 부른 ‘러브송’ 음반을 찾기 위해 인터넷 경매사이트를 뒤지기도 했다. 1년전 광고대행사를 통해 사인 음반과 편지를 그에게 전달했는데, 그가 나중에 ‘잘 받았다’는 말을 전해왔다.”

-당신의 음악이 ‘듣는 약’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느낌은 어땠나.

“4년전 대만에서 사인회를 하는데, 한 팬이 내 음악을 듣고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그때 감사하는 마음과 감동이 밀려왔다. 누군가에게 의미있게 다가가는 음악을 하겠다는 이상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장애인을 위한 미니콘서트를 자주 연다고 들었다.

“장애인시설 건립을 위한 자선공연에 참가한 적이 있는데, 장애인들이 음악에 대한 느낌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고 감동받았다. 이것이야말로 음악의 ‘원점’이라고 느꼈다. 최근 수화를 배워 내 음악을 수화로 표현하는 콘서트도 열고 있다.”

글·사진=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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