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지영준 부활의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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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은 이제 그만. 중앙마라톤에서 화려한 재기를 시작한다.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은정(左)과 남자마라톤 지영준이 11월 4일 중앙마라톤을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고 있다. 부상 등으로 2년 가까이 방황했던 이들은 일단 중앙마라톤에서 가능성을 점검한 뒤 내년에 최고 기록 도전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올 시즌 시민마라톤의 대미를 장식할 2007중앙서울마라톤이 나흘 앞으로 다가왔다.

중앙마라톤은 다음 달 4일 오전 8시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앞 네거리를 출발, 경기도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부근을 돌아오는 42.195㎞ 풀코스에서 펼쳐진다. 이번 대회엔 2만2035명의 마스터스가 출전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펼쳐 보인다.

등록선수 부문에선 케냐·에티오피아·탄자니아 등 8개국에서 19명의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들이 참가, 국내파 기수들과 일전을 벌인다. 국내파의 선봉에는 남자부의 지영준(26·코오롱)과 여자부의 이은정(26·삼성전자)이 서 있다.

이들의 출전 코드는 ‘부활’이다. 한때 차세대 선두주자로 불렸던 이들이지만 부상과 슬럼프 등으로 2년 가까운 공백을 딛고 올해 중앙마라톤에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신동재 기자

▶지영준=‘마라톤 명가’ 코오롱이 재정난과 팀 내분에 휘말리면서 2년 남짓 방황을 했다. 올해 초엔 발목 부상으로 훈련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지영준에겐 ‘의지가 약하다’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3세의 나이에 2시간8분43초의 기록을 세우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이 없다. 지난해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7위로 처져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올해 초 다시 지휘봉을 잡은 정하준 감독의 지도 아래 강원도 횡계, 중국 쿤밍, 경북 영천 등지에서 착실히 훈련을 했고, 이번 중앙마라톤에서 재기를 꿈꾸고 있다. 정하준 감독은 “어린 나이에 2시간8분대를 기록하는 바람에 오히려 기록에 대한 중압감이 컸다. 이젠 연륜이 붙은 만큼 기록을 단축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지영준은 중앙마라톤에서 2시간9분대를 달린 후 내년 초 2시간7분대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그래야 베이징 올림픽에서 메달 희망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정=이은정에겐 항상 ‘한국 여자마라톤의 희망’ 이란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여자 5000m, 1만m, 하프마라톤 한국기록을 갖고 있는 그에게 10년 묵은 여자 마라톤 한국기록을 갈아치워 달라는 기대다. 200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2시간26분17초를 기록해 1997년 권은주가 세운 한국기록(2시간26분12초)에 5초 차로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5년 도쿄 대회에서 기권하면서부터 슬럼프가 찾아왔다. 지난해 4월 전주마라톤 출전을 앞두고 아예 운동을 접었다. 1년 반 가까이 방황했고 올 상반기에야 간신히 러닝화를 다시 신을 수 있었다.

오인환 감독의 집념과 정성으로 몸 만들기를 거듭한 끝에 이달 초 광주 전국체전 하프마라톤에서 우승하며 녹슬지 않은 스피드를 보여줬다. 이은정은 중앙마라톤에서 2시간27분대를 1차 목표로 잡고, 내년 상반기 2시간24분대로 한국기록을 깨뜨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인환 감독은 “그동안 공백기가 있어 여름엔 체력 위주로 훈련을 했다. 중앙마라톤 승패는 지구력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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