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조상 남쪽서 왔을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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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된 현생 인류가 북방 육로를 통해 한반도까지 이동해 왔다는 지금까지 학계 통설을 뒤바꿀 만한 고고학.고생물학의 증거물이 대거 발견됐다. 현생 인류가 한반도 남쪽의 육로나 해로를 통해서도 유입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5만년 전 한반도에서 살았던 인류의 발자국 화석이 제주도 남단 지역에서 무더기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말.사슴.새와 코끼리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화석도 수천점이 함께 나와 선사시대 한반도 인류의 삶은 물론 당시 생태환경까지를 정교하게 재구성할 수 있는 실마리를 쥐게 됐다.

제주도 남제주군 해안가에서 발견된 구석기 시대의 사람 발자국 화석(左)과 코끼리로 추정되는 동물의 발자국 화석(右). 왼쪽 사진에는 사람 발자국임을 보여주는 움푹 들어간 중간 호가 보인다.제주=조용철 기자

문화재청은 6일 "제주도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와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에서 사람 발자국 화석 1백여점과 동식물 화석 수천점을 확인했다. 화석 발견 지층의 생성 시기는 구석기 중기인 5만년 전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선사 인류 발자국 화석은 한국교원대 김정률 교수팀이 지난해 10월 처음 발견했고 문화재청이 추가 확인했다.

세계적으로 일곱번째며, 아시아 지역에서는 첫 기록인 선사시대 인류의 발자국 화석 발견 과정에서 아열대 동물인 코끼리의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화석도 함께 발견됐다. 이에 따라 당시 한반도가 온대 지역이 아닌 아열대 지역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또 말 발자국 화석은 제주도 말의 기원이 몽골에서 유래됐다는 기존 주장을 뒤집는 것이다.

경북대 양승영 명예교수는 발표 현장에서 "사람 발자국 화석은 5만년 전의 서해가 지금과 달리 육지로 연결돼 제주도를 포함한 한반도와 중국 대륙이 육로로 연결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해 주는 증거물"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그는 그럴 경우 한반도의 인류가 과연 북방의 육로 한 곳만을 통해 왔겠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조민근.백성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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