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 기본 … 동영상도 만드는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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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윤아병 할머니(中)가 수강생들에게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다.

경기도 안산시의 '어르신 IT 봉사단' 소속 윤아병(69)씨는 2남2녀의 자녀와 손자손녀 7명을 둔 할머니다. 집에서 아이들 돌보는 게 전부였던 그는 지금은 일주일에 두번씩 안산 시내 경로당과 노인회등에서 비슷한 연령의 노인들에게 컴퓨터 초보 지식을 가르쳐준다.

전업주부였던 윤씨는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뒤 '무슨 일로 여생을보낼까' 하고 궁리했다. 그러다 컴퓨터를 손에 잡게 됐다. 2001년 컴퓨터 동호회은빛 둥지에 가입한 것이 제2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2년 동안 집중적인 공부 끝에 드디어 'IT 전도사' 로 변신했다. 지금까지 2000명 가까운 노인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쳤다. 윤씨를 중심으로한 IT봉사단은 컴퓨터를 접할 기회가 없었던 노인들에게 마우스를 잡는 법부터 가르쳐준다. 윤씨는 노인 학생들이 '노인은 역시 노인에게 배워야 제 격' 이라고 소감을 말할 때마다 가슴이 뿌듯해진다며활짝 웃었다.

'은빛둥지' 에는 사진반 외에도 포토샵반, 홈페이지반, 파워포인트 반그리고 한글과 컴퓨터 반이 있다. 영정사진 만들기는 특히 인기 있는 과정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으로 갤러리까지 만든 수강생도 있다.

교실로 쓰는 마을회관 건물 1개층의 운영비는 윤씨를 비롯한 동호인들이 스스로 조달한다.

'은빛둥지' 동호인들은 요즘 아예 인터넷 동영상 제작에 착수했다. 안산 출신 독립운동가 염석주 선생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염석주를 찾아서' 가 이들의 작품이다. 염 선생은 소설 '상록수' 의주인공 최영신을 돕고, 만주에서 농장을 경영하면서 독립군 군자금
을 모았던 독립지사였다. 윤씨 등 동호인들은 만주 지린(吉林)성까지 여행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윤씨는 말한다. "컴맹 노인들의 눈을 뜨게 해주는 것도 보람이지만 내 여생이 '제2의 인생' 으로 탈바꿈 했다는 게 더 큰 보람입니다.

신종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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