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술값 800만원 피감 기관서 돈 내" 향응의 진실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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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기정위) 소속 의원들이 22일 국정감사 지방 일정 중 피감 기관으로부터 향응을 받았다. 향응 규모와 내용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과기정위는 22일 대전 유성구에 있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국감을 실시했다. 생명공학연구원.대덕연구개발특구지원본부 등 7개 기관에 대한 합동 국감이었다.

◆국감 끝난 뒤 저녁=오후 6시쯤 국감이 끝나자 의원 10여 명은 이상기 생명공학연구원장 등 피감 기관장들과 함께 근처 한식당인 삼복가든에서 저녁을 먹었다. 이들 의원을 수행한 보좌진도 피감 기관 직원들과 어울려 같은 식당 지하에서 식사를 했다. 이들 70~80명의 식대는 423만원이 나왔다. 밥값은 생명공학연구원과 한국천문연구원이 반씩 나눠 냈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령인 '공무원 여비 규정'에 따라 국감 때 교통비와 식비.숙박비 등 모든 경비를 국회에서 제공받게 돼 있다. 그러나 이번 일처럼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피감 기관이 식비를 대신 내주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시간 피감 기관 직원 90여 명은 삼복가든에서 1㎞ 정도 떨어진 모란장에서 따로 식사를 했다. 식대 300여만원은 피감 기관이 나눠 냈다. 식사가 끝난 오후 9시쯤 대부분의 의원과 보좌관은 숙소인 리베라 호텔로 가거나 서울로 올라갔다.

◆단란주점 술값 68만원=과기정위 임인배 위원장과 김태환(이상 한나라당).류근찬(국민중심당) 의원은 "우리끼리 한잔하자"며 삼복가든 근처 알프스 주점으로 자리를 옮겼다. 세 명의 의원이 자리에 앉은 뒤 곧바로 유희열 기초기술연구회 이사장, 금동화 한국과학기술연구원장, 이상기 생명공학연구원장, 박인철 대덕특구지원본부장, 박종구 과학기술부 혁신본부장 등 다섯 명이 뒤따라 들어왔다. 임 위원장은 "도우미 2~3명도 나왔다"고 말했다. 술값은 68만원이 나왔다. 다음날 생명공학연구원 직원 이재상씨가 자신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의원들과 술자리를 함께한 금동화 원장은 "단란주점에서 류근찬 의원이 '피감 기관장들과 술을 마시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10분 만에 먼저 자리를 떴다"며 "10분 뒤 다른 의원들도 술자리를 떠났고 기관장들끼리 남아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이날 피감 기관들이 지출한 밥값과 술값은 모두 합쳐 800만원 정도였다.

대전=서형식.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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