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책갈피] 추적! 합성 화학물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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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100년 동안의 거짓말
랜덜 피츠제럴드 지음,
신현승 옮김
시공사,
360쪽, 1만6000원

10살이 채 안 돼 가슴이 나오는 성 조숙증, 어린이들이 천식만큼이나 흔히 앓는다는 과잉행동장애, 최근 반세기 동안 폭발적으로 증가한 암 발병률(2001년 미국 암 발병률은 1951년에 비해 85% 증가)…. 이러한 비정상적인 병변들의 원인이라 의심되는 합성 화학물질을 추적한 책이다.

예컨대 음식 용기와 젖병·광택제·캔 등에 첨가되는 플라스틱 미립자 BPA는 아동 학습장애와 퇴행성 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단다(BPA는 무려 미국인 95%의 체내에서 검출됐다). 인공 감미료 아스파탐, 화학조미료에 들어가는 MSG는 뇌 손상을 일으켜 과잉행동장애를 유발할 수 있단다.

당장 책상 위에 두고 먹던 레몬맛 비타민C의 성분을 들여다보니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이 들어 있다. 합성비타민C는 곡물에 휘발성 산을 넣어 만들고, 합성비타민E는 필름을 유화시키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이기에 필름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한다고.

플라스틱으로 만든 컴퓨터 자판이 닳을 만큼 두드리고, 늘 화학물질로 코팅된 종이컵에 물을 따라 마신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이 이렇다 보니 옛 세대의 몸에 남을 일이 없었던 합성 화학물질이 요즘 태어나는 신생아의 체내에선 200종이나 검출된다고. 이 때문에 변형된 DNA는 대대손손 유전된다는 연구 결과가 더 충격적이다. 그러나 거대 산업자본과 그에 장단을 맞춘 정부, FDA(미 식품의약안전국) 등은 ‘독성물질이라도 미량은 건강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로 지난 100년간 소비자를 기만했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3000명의 청소년 입소자에게 스낵 대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였더니 자살은 사라지고 폭행과 반사회적 행동도 20% 이상 감소했다. 가급적 유기농 식품을 먹고, 독성 물질이 함유된 제품은 피하며, 천연 살충제를 사용하는 등 생활방식을 바꾸란다. 지은이 역시 체내에서 독성 살충제 성분 등이 검출됐지만 식습관 개선으로 상당부분 해결했다.

차라리 읽지 말았으면 좋았을 책일까. 이것 저것 다 따지다 보면 먹을 게 없는 현대의 생활환경에서 말이다. 또, 유기농 제품은 얼마나 비싼가. 독성에 가장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 태아와 어린이, 사춘기 청소년에게라도 건강한 환경을 챙겨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겠다.

이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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