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교육 위기-경제우선에 밀려 質저하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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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베트남 교육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경제개혁 대세에 밀려 교육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지역.빈부간 격차에 따른 부작용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86년부터 자유경제 정책을 도입,빈사상태에 있던 경제가 점차 활력을 되찾기 시작한 반면 보건.의료.교육등에 대한정부 지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지난 8년간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조세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다.민간부문 경제가 활성화됨에 따라 새로운 직업과 일할 기회가 많이 늘어난데 비해 탈세 방법도 교묘해져 곳곳에 세수구멍이 뚫린 것이다.그결과 교육에 돌릴 정부 재원이 막다른 벽에 부닥쳤다.우선 경제를 살려야겠다는 국가목표에 따라 교사봉급은 겨우 생계비 수준으로 떨어졌다.
학생은 학교에 등을 돌리고 있으며 한때 존경받았던 선생님도 교사신분에 더이상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특히 농촌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농촌공동체가 점차 무너지고 시장경제체제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부모는 아이를 학교에 보내기보다 차라리 집에서 가사를 돕도록 하고 있다.여자 아이는더욱 그렇다.
베트남 북부 시골에서 국민학교 3학년담임을 맡은 한 여교사는『교과과정을 끝마치는 아이를 찾아보기 힘들어요.부모가 그럴 가치를 느끼지 못하거든요』라고 사정을 설명했다.
학생들의 출석률이 조금 나은 편인 도시에서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직업을 찾아 학교를 떠나가는 10대가 늘고 있다.
학부모에게는 수업료가 커다란 짐이다.베트남 초등교육은 현재 공식적으로 무료다.9백72만명이 학적부에 올라있다.그러나 최근몇년간 정부의 공식지원이 줄어들자 각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기금을 낼 것을 정기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교육현장이 크게 변색되고 있다.학부모의 교사생활비 보조가 늘어나면서 대도시 교사가 정부봉급보다 학부모 기부금에 의존하는 기현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심지어 하노이나 호치민시 교사 사이에서는 정규수업외에 과외가 성행 하고 있다.경비는 물론 학부모의 몫이다.
한 학부모는 『교사들이 과외시간에 가르칠 것을 따로 떼어논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다』며 『과외에 보내지 않으면 아이들 성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육비로 등이 굽어지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아이로니컬한 일이다.그렇지만 대부분의 베트남인들은 학교수업이 장래 직업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믿고있다.
과외가 기승을 부리면서 민간인들이 세운 학교가 늘고 있다.이런 학교는 형식적으로 개인소유는 아니나 정부 당국자들과 항상 관계를 맺어야 하며 국가에서 교실등을 빌려준다.
그러나 수업료는 학교로 돌아가며 이돈을 바탕으로 민간학교에서는 더 훌륭한 선생님을 모셔온다.교수.사업가.고위공직자의 자녀들이 이런 학교에 밀려들고 있다 이에따라 아직은 인민의 평등 등 사회주의국가이념을 간직하고 있는 베트남에서 교육의 양극화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특히 도시와 농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이다.
한 민간학교 교장은 『부유층의 수업료를 빈곤층의 교육을 위해돌릴 수 있다』고 말한다.그러나 현실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베트남 인구의 80%는 아직 농촌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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