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 먹여살릴 기술 다 모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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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영화 ‘중천’에서 주연 정우성씨가 나무에 떨어지는 장면을 합성하는 순서. 디지털 액터를 만든다(左). 옷에 색상을 입히고, 떨어질 때는 자국과 나뭇잎을 입힌다(中). 나무가 있는 풍경을 가져와 두 번째 그림과 합성한다(右).

사람 얼굴 표정을 흉내내는 로봇 얼굴.

영화에서 위험한 장면은 스턴트맨이 대역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절벽 추락, 자동차 충돌 등 주연 배우들이 실감나게 연기하기 어려운 역을 스턴트맨들이 소화한다. 그러나 조만간 스턴트맨의 자리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가상 배우(디지털 액터)에게 넘어갈 전망이다. 이미 영화 ‘중천’에서 주연배우 정우성씨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장면을 디지털 액터가 대신하기도 했다.

 25~28일 나흘간의 일정으로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과학기술부 주최 ‘미래성장 동력 2007’ 전시회에서는 이런 디지털 액터뿐 아니라 캡슐형 내시경, 로봇 진맥,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의 저장 장치 등 한국 과학기술의 현주소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보·전자관, 기계·소재관, 생명관, 환경에너지관, 우주국방관 등 5개관으로 나눠 전시하고 있다. 연구소와 사업단 등 6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디지털 액터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의 한 흐름이다. 할리우드 등 세계 영화에서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최병태 디지털액터연구팀장은 “디지털 액터는 실제 배우와 거의 구분할 수 없으면서도 배우가 하기 어려운 위험한 역할도 척척 소화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어뢰 ‘청상어’. 현재 실전에 배치돼 있다.

 21세기 프런티어사업 중 하나인 지능형마이크로사업단에서 개발한 캡슐형 내시경의 상용화 모델도 선보이고 있다. 이 내시경으로는 식도와 위·대장은 물론 그동안 거의 검사를 할 수 없었던 소장도 고통 없이 손쉽게 들여다 볼 수 있다. 크기는 두게 11㎜, 길이 24㎜다. 9~11시간 동안 작동한다. 곡선 구간에서 곡선 바깥쪽이 들려 주행 안정성을 높인 ‘틸팅열차’ 가상체험관도 있다. 스케이트 선수들이 코너를 돌 때 몸을 안쪽으로 바짝 기울이는 원리와 같다. 기계·소재관에서는 머리카락이 얼마만큼 늘어나다 끊어지는지를 측정해볼 수 있다.

 전시품 외에 비눗방울 공연인 ‘매직 버블쇼’,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원장과 천재소년 송유근 학생이 함께 연주하는 음악, 과학 강연, 영화 속 과학 등 다양한 행사가 준비됐다.

 전시관을 한 바퀴 돌면 앞으로 1~2년 또는 10년 뒤 어떤 과학기술이 우리의 일상을 바꿔놓을지를 파악할 수 있다. 관람은 무료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문을 연다.

글=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사진=이순재 KIST 영상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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