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ins풍향계] 진보성향자 지지자 41.8%가 이명박 지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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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풍향계 분석

대선에서 주인공은 후보다. 하지만 대선을 후보들만의 게임이라고 하긴 어렵다. 후보의 자질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그가 속한 진영의 경쟁력이 떨어지면 이기기 어렵다. ‘대선 구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미지와 정책, 검증 이슈 등 후보 개인과 관련된 사항 외에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소속 정당이나 지역, 이념에 따른 지지성향의 차이다. 24일 실시된 76차 조인스 풍향계 조사를 보면 현재 형성된 대선 구도를 알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각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주에 비해 오차범위 이내의 변화를 보였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1.7%P 오른 51.9%로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0.6%P 떨어진 16.5%였다. 일부 다른 조사에서 20%를 돌파한 결과가 나온 적이 있지만 풍향계 조사에선 상승세가 멈칫하는 모습이다. 창조한국당(가칭) 문국현(5.4%), 민주노동당 권영길(3.5%), 민주당 이인제(3.0%) 후보도 미세하게 하락하며 제자리걸음을 했다.

견고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분석해보면 2002년 대선 때 상대 진영을 지지하던 이들을 대거 흡수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번 조사 결과 이명박 후보는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찍은 이들 가운데 80.4%의 지지를 받고 있다. 같은 그룹에서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는 경우는 2.8%에 불과하다. 반면 노무현 후보를 찍었던 이들 중에는 이명박 후보 지지자가 34.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동영 후보 28.5%, 문국현 후보 7.4%, 이인제 후보 5.8% 등의 순이다. 과거에 비하면 범여권의 지지기반이 붕괴된 셈이다.

정당 구도에서도 2002년과 차이가 났다. 한나라당 지지 성향을 가진 이들의 83.1%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정동영 후보 지지는 4.8% 뿐이다. 신당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이들 중 72.2%가 정동영 후보를 지지했지만, 이명박 후보에게도 14.3%가 가 있다. 2002년에는 한 몸이었던 민주당 지지표는 이인제 후보 44.5%, 정동영 후보 26.1%, 이명박 후보 8.2%로 분산돼 있다.

2002년 노무현 후보는 “반미면 어떠냐”며 진보 성향 유권자로부터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이번 조사에서 스스로 자신의 이념 성향이 진보적이라고 밝힌 이들 중에선 이명박 후보가 41.8%로 가장 높은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왔다. 정동영 후보는 24.8%였다. 중도성향 응답자에서도 이명박 후보 48.5%, 정동영 후보 17.6%의 분포를 보였다.

정치부 김성탁 기자

호남+충청+수도권을 지칭하는 ‘서부벨트’는 2002년 범여권을 택했다. 지금은 이명박 후보가 수도권 거주자로부터 50%를 넘는 지지를 받고 있다. 정동영 후보가 호남 거주자에서 41.0%로 선두이지만 이명박 후보도 26.2%를 차지하고 있다. 충청 지역에선 이명박 후보가 42.6%, 정동영 후보가 16.7%의 지지를 받았다. ‘충청 대통령론’을 내걸고 무기한 충청지역 버스투어에 돌입한 이인제 후보가 이 지역에서 자신의 전체 지지율의 두배가량인 6.2%로 올라선 것이 눈에 띄는 정도다.

이같은 대선 구도는 각 진영이 남은 대선 기간 동안 펼칠 선거운동의 방향을 가늠하는 열쇠가 된다. 범여권으로선 무너진 구도 회복에 초점을 맞출 수 밖에 없다. 정동영 후보가 이명박 후보를 겨냥해 ‘재벌 대 서민’ ‘이라크 파병 연장 찬성 대 반대’로 각을 세우는 것도 과거 지지기반 복원을 위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인제 후보의 충청 공략을 바탕으로 범여권에서 ‘서부벨트 재건론’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현재 구도를 유지하는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선 범여권 후보 단일화와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로 대선 구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치부문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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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간 사회지표 조사 조인스-미디어다음 '풍향계'란?

[미디어다음-R&R 공동조사] 대선후보 지지도 李 51.9% 鄭 16.5%

조인스닷컴이 미디어다음·리서치앤리서치와 공동으로 2006년 4월 26일 이후 매주 실시하는 주간사회지표조사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800명을 지역·성·연령별로 비례적으로 할당해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실시하며 오차 한계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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