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자이툰은 기름바다 위에 떠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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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24일 '자이툰 경제관'을 펼쳐 보였다. 미국과의 관계나 이념보다 실용적 측면에서 '왜 파병을 연장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파병 연장에 대한 찬성 당론을 모으기 위해 열린 국회 의원총회장에서였다.

그는 의원들에게 "(자이툰 파병을 연장해야 하는 데는) 물론 한.미 관계도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더 많은 부분을 실질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는 항목에 할애했다.

이 후보는 "이라크의 석유 매장량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 많다"며 "자이툰 부대의 인원을 줄여서라도 유지하며 중동 전체에 관심을 갖는 국가로 남아 있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이툰 부대의 주둔지는 기름바다 위에 앉아 있을 것"이라며 "미래에 다가올 자원전쟁에 있어서 이라크라는 나라를 가까이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미래의 자원이나 경제 외교,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할 기업들을 종합적으로 생각해 1년 더 주둔을 연장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어제 당 지도부와) 협의했다"고 소개했다.

선대위 정책기획팀장인 고려대 곽승준 교수는 "이 후보는 후보가 되기 전 강연에서 대학생들이 '성향이 친미냐 반미냐'고 물어오면 '국익에 도움이 되면 친미도 반미도 할 수 있다'고 답했다"며 "이 후보는 파병 연장 문제도 철저하게 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날 파병 연장에 대한 찬성 당론을 결정하지 못했다. 의총에서 찬성 당론을 채택하려 했으나 일부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 후보가 '자이툰 경제관'을 밝힌 직후 배일도.고진화 의원이 이의를 제기해 논쟁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러자 이 후보의 측근인 이재오 최고위원은 "정부에서 동의안이 넘어오면 의견을 모으자"고 곧바로 논란을 진화했다.

◆"이명박 국회 돼 미안"=이 후보가 이날 한나라당 의총에 참석한 것은 9년 만이다. 그는 14대 전국구 의원을 지낸 뒤 1996년 15대 총선 때 서울 종로에서 출마해 당선됐지만 98년 선거법 위반 사건에 연루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 후보는 "14, 15대 때 이 자리에 서보고 오래간만에 선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국회(국정감사)가 '이명박 국회'로 되고 있다"며 "(BBK 사건 등) 많은 문제가 나왔지만 나는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다. 그 문제들이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안타깝다. 저 때문에 국회가 공전되는 것을 보며 미안한 감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윤옥 씨 '연화심(蓮華心)' 법명 받아=이 후보의 부인 김윤옥씨가 20일 강원도 영월 법흥사에서 열린 산사순례 기도회에서 서울 도선사 주지 혜자 스님에게서 '연화심(蓮華心)'이라는 법명을 받았다고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이 밝혔다. 이 후보와 김씨는 서울 소망교회에서 각각 장로와 권사를 맡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져 있어 김씨가 법명을 받은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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