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험시장 먹을 것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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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PCA생명은 최근 은퇴 대비 상품을 내놓았다. 한국 시장을 겨냥한 맞춤형 상품이다.

빌 라일 사장은 “한국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지만 아직 관련 보험 시장은 걸음마 단계”라며 “한국은 발전 가능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설계사는 물론 은행·홈쇼핑·인터넷같이 동원할 수 있는 판매망을 보다 다양화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외국 보험사의 국내 시장 공략이 거세다. 올 들어서만 프랑스 악사가 교보다이렉트 보험을 인수했고, 독일의 뮌헨리는 다음다이렉트 인수를 추진 중이다. 이미 국내에 상륙한 외국사들은 보다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생보 다음엔 손보시장”=최근 외국 회사들의 진출이 활발한 곳은 손해보험 시장이다.

다음다이렉트 인수를 추진 중인 뮌헨리는 법적 분쟁 때 변호사 비용·인지대를 보험사가 지급하는 법률비용전문 보험사도 설립할 예정이다. 교보다이렉트를 인수한 프랑스의 악사는 “3년 내 전체 자동차보험시장 점유율을 8%(현재 4.5%)로 높이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악사는 최근 1000억원의 유상증자로 실탄을 마련했다.

미국 AIG유나이티드사는 서울보증보험과 손잡고 이르면 이달 말부터 모기지보험을 판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사람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면 보험사가 대신 갚아 주는 보험으로 한국에선 최초다.

미 젠워스보험도 모기지 보험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진작부터 외국계가 진출했던 생명보험시장에선 알리안츠·AIG 등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은퇴·변액·종신보험 등을 앞세워 영업을 강화하면서 외국 생보사의 시장 점유율은 2000년 5.8%에서 7월 말 현재 21.1%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국내 빅3의 점유율은 80.9%에서 57.7%로 떨어졌다.

◆고령화 시장 커져=급속한 고령화로 국내 보험시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외국 보험사들엔 매력이다.

국내 보험시장은 지난해 말 생명보험 66조5000억원(수입보험료 기준)·손해보험 29조6000억원 등 96조원 규모였다. 올해는 모두 105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개발원은 2015년까지 국내 보험시장이 연 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PCA생명 강팔용 전무는 “개인종합자산관리 서비스나 노후 대비 상품은 보험 선진국에선 일반화됐지만 한국에선 이제 막 시작한 상태”라며 “한국 시장은 아직 먹을 것이 많다”고 말했다.

게다가 먼저 진출한 세계 유수의 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도 한국 시장을 노리는 외국 회사들엔 고무적이다. 알리안츠생명의 이성태 이사는 “먼저 진출한 외국 보험사들의 성공에 자극받은 외국 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차례로 노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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