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건강>29.無痛분만-硬膜外 마취법이 비교적 간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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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진통이 말이 따로 있을정도로 아기를 낳는 과정은 이만저만 힘들고 괴로운 일이 아니다. 출산이 임박하면서 자궁의 수축과함께시작되는 진통은 아기를 처음 낳는 초산붕의 경우 평균16시간동안이나 지속되며 고통을 이기지 못해 기절하는 산모도 있을정도다문제는 아기를 아프게 낳아야 정이 든다며 분만때 진통을 당연시하는 그릇된 풍조가 남아있다는 것. 그러나 현대의학은 이미 산모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아무런 아픔없이 기쁜마음으로 맞이할수 있는 이른바 무통분만을 가능케하고 있다. 사상 최초의 무통분만은 1857년 영국의 의사 스노가 빅토리아여왕의 분만시 전신마취제를 사용해 시도했던 클로로포름 분만법.
하지만 이처럼 수술때 사용하는 전신마취제를 무통분만에 적용하려는 의사들의 노력은 곧 난관에 봉착하고 만다.
통증이 멎을 정도로 깊게 마취를 하게 되면 산모의 의식손실은물론 아기를 낳기 위해 배에 힘을 주는 것마저 불가능해지므로 분만자체가 중단되고 만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경막외 마취를 통한 방법으로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무통분만법이다.
硬膜外마취란 등뼈를 따라 내려가는 신경을 둘러싸고있는 경막의바깥에 부드러운 폴리비닐도관을 삽입해 마취제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흔히 자궁을 열고 아기를 낳는 제왕절개술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으나 무통분만법은 자궁에 일절 칼을 대지 않으며 다만 산모의 허리부위 피부에 도관이 들어갈 1㎝내외의 절개만 가해지므로 흉터도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경막외 마취법은▲배에 힘을 주는 운동신경은 그대로 둔 채 통증담당신경만 마취시키므로 아기를 낳을 때 원하는대로 힘을 줄 수 있으며▲전신마취완 달리 배꼽 아래부위만 마취되므로 아기의 첫 울음소리를 듣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며▲진통기 간이 불규칙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길어지더라도 이미 삽입한 도관을 통해 얼마든지 마취시간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무통분만법은 태어날 아기에게도 이로운 점이 있다.
산모의 과도한 통증으로 생길 수 있는 자궁혈류감소나 자궁수축이상의 예방은 물론 산모의 과호흡으로 인한 태아의 低산소증.酸血症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大의대 高鴻교수(마취과)는『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선 대부분의 산모가 이같은 무통분만법을 통해 아기를 낳는다』며『꼭 아프게 낳아야 튼튼한 아기를 낳는다는 말은 어떠한 의학적 근거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무통분만법에도 몇가지 문제점은 있다.
우선 배에 힘을 주는 운동기능은 그대로 두고 통증만 없애는 것이 생각처럼 쉽게 되지 않는다는 것.
高麗大의대 金榮泰교수(산부인과)는『아무래도 무통분만법이 자연분만보다 분만시간이 오래 걸리며 겸자를 이용해 분만을 유도하는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확률은 적지만 도관삽입용 마취바늘이 너무 깊이 들어가 경막이 뚫리게 되면 1주일이상 산모가 두통등의 증상으로 고생할 수도 있다는 것.
물론 도관삽입 부위의 감염이나 출혈등의 우려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과연 무통분만법을 모든 산모에게 적용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아직 어떠한 의학적 판단기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
현재 무통분만법은 경막외 마취시설.마취과 의사가 있는 대학병원급 규모와 일부 유명 산부인과의원에선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아직까진 의사가 권유해서라기보단 산모가 원할 경우에 한해 산부인과 의사가 마취과 의사에게 의뢰해 무통분만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문제는 경막외 마취가 마취과 의사의 상당한 경험과 숙달된 기술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
또 무통분만법은 의료보험 적용이 되지 않으므로 자연분만법에 비해 마취약과 재료대만 10만원이상 더 소요되며,총분만비용도 2배나 된다.
그래서 무통분만이 사치의료와 의료비 상승을 조장한다는 일부의지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아프지않게 아기를 낳을 산모의 권리를 인정하는데 더이상 인색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의료계의 의견이다.
***전문의사 양성 시급 즉 무통분만술의 확대추세를 감안할 때 수가체계의 일원화와 전문의사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
만일 무통분만을 원한다면 경막외 마취시설과 숙련된 마취과 전문의를 갖추고 무통분만의 임상례가 많은 전문병원에서 받는 것이좋다. 또 담당 산부인과 주치의에게 자신의 의사를 가급적 일찍통보해 산모의 건강여부와 약물 특이체질 등을 점검한 뒤 받는 형태가 바람직하다.
〈洪慧杰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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