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패션>은평구 녹번동 단독주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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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대지가 좁을 경우 기능적이면서 외관이 멋진 주택을 만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울은평구녹번동21의168 일대 전형적인 경사지 주택가.33평정도의 좁은 대지에 기존 허름한 구옥을 헐고 바닥면적 19평규모(연면적 53평)로 새로 지은 Y씨의 2층 단독주택은 심플하면서도 멋스런 모습으로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과 볼품없는 다가구주택들로 숨막히던 동네분위기를 한층 새롭게 변모시키고 있다.
Y씨의 집은 외관의 형태가 내부와 연계돼 드라마틱한 공간을 연출하고 특히 계단식 유리블록벽을 통해 은은하게 흘러들어오는 빛은 내부를 환상적인 분위기로 승화시켰다.
여기에다 거실의 흰벽면에 수식으로 길다란 슬릿창 3개와 그 꼭대기에 소품처럼 달려있는 삼각형모양의 비둘기창이 사뭇 이국적이다. 요즘 우리나라에 유행하는 강렬하고 화려한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인테리어 기법과는 달리 수수한 자연풍의 건축형태만으로도공간의 품격을 한껏 높여준다.
현관을 들어서면 좁지만 확트인 내부를 만난다.
거실.주방.안방등으로 구성된 1층 공간은 창쪽 부위를 2층까지 오픈시켜 답답함을 해소한데다 미니마즈(라인등)를 길게 늘어뜨려 공간의 허허로움을 제거했다.옅은 베이지색 무늬가 살짝 깔린 상아빛 대리석으로 마감된 바닥과 흰색 계통의 실크 벽지등이절묘하게 조화를 이뤄 내부를 더욱 아늑하면서도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이집 분위기의 절정은 완만한 원형 계단실에 깔아놓은 빨간색 카펫과 거칠게 처리된 흰색 벽면과의 대비.부드러운 계단선과 붉은 카펫,그리고 흰색벽의 조화는 한폭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홈바와 놀이공간으로 만들어진 지하실의 예쁘장한 빨간색 의자와 원형 카운터는 주택에 사용하는 기법이라기보다 레스토랑등에서 사용하는 수법을 적용,이색적인 맛을 내고 있다.
설계자는 中國人인 건축주의 취향을 최대한 반영,주방가구를 빨간색으로 처리했다.
글 崔永振기자 사진 디자인제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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