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勞도 使도 양보하여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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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모두의 승리였다.회사측도 근로자들도,그리고 두달간의 지루했던현대중공업 노사분규를 지켜보던 울산시민들도 잠정합의안 타결소식을 듣고 모두 함성을 지르고 환하게 웃었다.이제 울산은 활기를되찾았다.
○…잠정합의안을 마련한 뒤 첫 출근일인 24일 아침 회사측은바리케이드를 철거해 평소 왕복차선중 한쪽만 개방했던 정문을 완전 개방.출근시간이 임박한 오전7시30분부터 노조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두달만에 완전개방된 정문을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탄채 속속 출근했다.
출근한 노조원들은 삼삼오오 모여 잠정합의안을 놓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으며 부서별로 집회를 갖고 장기간의 파업으로 어수선해진 작업장을 정리하는등 분주한 모습.
○…현대중공업의 경우 지난 8년여동안 한번도 1차투표에서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통과된 적이 없어 올해도 이러한 부결사태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가 대두.더욱이 노조측이 총회전까지 전면파업을 벌이기로 한데다 회사측 이 제기한 고소고발은 취하됐지만 개인적인 고소고발에 대해선 언급이 없는데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이같은 우려는 더욱 고조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장기간의 파업을 끝내고 정상조업을 희망한노조원들이 전체노조원의 절반을 넘어선데다 무노동 무임금원칙이 적용되는등 예년과는 다른 분위기여서 1차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
○…일부 관리직 사원들은 잠정합의안을 놓고『회사측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항복문서」를 작성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이들은『무노동 무임금원칙이 고수됐다곤 하지만 실질적으로 다른항목의 임금인상이 많아 무노동 무임금은 사실 의미가 없어졌다』는 반응.
○…예년같으면 잠정합의안을 놓고 노조집행부를 비난하는 유인물이 나오기도 했으나 올해는 이러한 유인물이 한건도 발견되지 않아 李甲用위원장이 이끄는 8대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음을 입증.
이에대해 회사 한 관계자는『일부 반집행부 세력이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만 장기파업에 식상한 일반노조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 문제가 되지 않는것 같다』고 평가.
장기간의 파업으로 장사가 안돼 울상을 지어온 현대중공업 인근상가주민들은 장기파업으로 공권력 투입등이 우려됐으나 올해는 다행히 최루탄냄새를 맡지않고 해결돼 다행이라며 몹시 반기는 표정 식당을 운영하는 박정숙씨는 그동안 장사가 안돼 한달 50만원하는 전세값을 지불하기 어려웠는데 현대중공업이 다시 활기를 찾아 생활의 어려움을 면하게 됐다며 노사가 합심단결해 내년에는 제발 분규를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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