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자이툰 파병 연장도 한·미 FTA 때처럼 국익 앞세워 정면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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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수 국방장관(右)이 23일 해군본부 등에 대한 국회 국방위의 국정감사가 열린 계룡대를 찾아 김성곤 위원장에게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계획서를 제출하고 있다. [대전=강정현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23일 대국민 담화에서 '한.미 공조'라는 단어를 다섯 차례나 사용했다. 그러면서 "이 시기 중요한 건 국익에 부합하는 선택이고, 그것이 책임 있는 국정 운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이 반대하는 것을 무릅쓰고 2003년 이라크 파병을 결정한 뒤 한 사석에서 "개인 노무현으로서의 결정이라면 다를 수 있지만 대통령 노무현으로서는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한 적이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결정을 하면서도 대통령은 같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결정 이후다. 파병 연장 동의안은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내 1당인 대통합민주신당(141석)은 민주노동당과 함께 반대하고 있어 과반수를 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반대 세력인 한나라당의 지원을 업고 파병 연장 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역설적 구도를 맞게 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때도 이런 구도는 비슷했다. 그러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표의 논리가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담화에서 "정치권에 간곡히 당부드린다. 현명하고 책임 있는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말한 건 절박함의 표현이다. 청와대는 국민 여론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파병 연장 결정의 진정성을 알리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대 국회 설득작업에도 맨투맨으로 나설 계획이다. 노 대통령은 오전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과 정부위원(국회에 출석해 의견을 말하는 정부 소속 공무원) 모두 앞장서 한 사람 한 사람 설득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이번 결정으로 정동영 신당 후보와의 관계는 더 어정쩡해졌다. 천호선 대변인은 "구체적인 정책 하나하나에 공감하는지가 (관계개선에)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도 "대부분 정당이 (파병 연장 결정을) 수용하면 대선 정국의 쟁점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승희 기자 , 대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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