歐美기업 동북아 거점확보 박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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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일본의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총리가 이달 하순 베트남을비롯해 동남아 4개국 순방에 나선다.같은 기간 론 브라운 美상무장관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을 방문할 계획.對동남아관계에 이정표를 마련하는 한편 이 지역과의 정책대화 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는게 日정부측의 설명.美日간 아시아정책에 별다른 쟁점이 없는데도 갑자기 양국의 아시아 방문이 추진되는 진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美.日.유럽 각국 사이에 아시아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한국의 李榮德 총리 역시 29일부터 베트남등 3개국 방문에 나설 예정이지만 쟁탈이라기 보다는 탐색에 가까운 실정.
지난 16세기로부터 근 4백년에 걸쳐 아시아의 商圈은 유럽이장악하고 있었으며 이곳은 歐美기업의 자원개발과 상품판매를 위한주요무대였다.
2차세계대전을 계기로 바통을 이어받은 곳은 미국.패권국의 지위를 이용해 많은 美기업들이「다국적화 전략」의 일환으로 아시아에 진출했다.그러나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시아 지역은 서서히일본의 독무대로 변하기 시작한다.
더욱이 80년대의 엔高는 일본기업의 가속적인 진출을 부채질했으며 아시아신흥공업국(NIES)의 활발한 투자가 그뒤를 이었다.이것이 동아시아 지역에 공전의 投資붐과 함께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뤄낸 動因이었다.동아시아경제는 이제 선진국 경제상황의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을 지니고 있다.
『아시아 경제는 외국의 직접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美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고있다』(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 18일자).美日의 아시아 진출에 자극받은 유럽세도 요즘들어 바짝 진출고삐를 당기고 있다.
지난해 2월 프랑스의 미테랑 대통령이 비즈니스맨 2백여명을 대동하고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을 방문,통신.항공시장을 노크한 것이나 콜 독일총리가 뒤질세라 같은달 인도.싱가포르등 아시아 지역 순방에 나선후 11월에 다시 경제계 중진들과 함께중국 공략에 나선 것이 좋은 예.
영국은 이보다 한달 늦은 3월들어 아예 메이저 총리를 비롯,각료들이 지역을 분담해 방문 러시를 이뤘다.이에 질세라 11월의 APEC(亞太경제협력체)총회를 美시애틀로 유치,아시아를 통째로 끌어안으려한 것은 미국의 클린턴 대통령.
일본경제의 해외 첨병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일본무역진흥회(JETRO)가 이에 위기감을 표시하고 나선 것은 당연한 일.JETRO가 발간하는 「JETRO센서」8월호는 이런 움직임을 「歐美기업의 아시아전략」이라는 제목의 특집으로 엮어 전하면서 이미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기업과의 마찰 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일본의 생리로 봐 JETRO의 시각은 그대로 통산성의 그것과같다해도 대차가 없다.
무라야마(村山)총리의 아시아 노크는 결국 歐美계의 움직임에 대한 일종의 집안단속이라 할 수 있다.집안단속은 벌써 시작됐다.日교도통신에 따르면 日정부가 곧 7천7백만달러 상당의 對베트남 경제원조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전해졌다.
〈李 信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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