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선택D-57] 신당, 청와대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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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선에서도 '미국 이슈'가 쟁점화될 것인가.

2002년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반미면 어떠냐"라며 미국 이슈를 쟁점화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수세로 몬 적이 있다.

<관계기사 8면>

이번엔 대통합민주신당이 청와대의 이라크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요청을 거부하고 나섬에 따라 또다시 대선정국에 '미국 이슈'가 부상할 조짐이다.

정동영 신당 후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이해찬 전 총리, 김근태 상임고문, 오충일 대표 등 신당을 움직이는 실세 5인은 22일 오후 회동을 하고 ▶지난해 국회는 파병을 1년만 연장하기로 국민과 약속했으므로 자이툰 부대는 철군해야 한다 ▶철군 문제에 당이 일사불란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한다는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는 자이툰 부대의 철군 시기를 내년 말로 연장하려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미 실용외교적 입장과 정면 충돌하는 것이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 연장은 9월 호주 시드니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협조를 약속한 사항으로 노 대통령 임기 말 한.미 관계의 최대 현안이다.

정 후보를 비롯한 신당 핵심인사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를 대선 레이스의 승부처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2002년엔 여중생 사망사건이 반미 정서를 촉발하면서 대선 막판 노 후보에게 결정적 승인으로 작용한 전례가 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도 이라크 파병, 평택 미군기지 이전, 한.미 FTA 등 굵직한 미국 이슈들이 연달아 터지면서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 구도가 형성돼 왔다. 정치공학적 측면에서 미국 이슈는 찬반 논쟁을 가열시키고 대치 전선을 선명하게 만듦으로써 양자 대결→지지층 결집 효과를 불러 올 수 있는 소재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정 후보 입장에선 파병연장 반대를 천명함으로써 ▶이른바 진보 세력의 지지층을 모으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평화세력 대 냉전세력'의 대립 구도를 부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선거 전략가들의 분석이다.

신당 관계자는 "아프간 인질 사태의 여파로 파병연장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기 때문에 한나라당이 파병연장에 찬성할 경우 이명박 후보가 딜레마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의장 출신인 정 후보가 외교안보 문제로 노 대통령과 대립적 입장을 분명히 세움에 따라 노무현-정동영 관계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한나라 "신당 정치적 의도 의심"=한나라당도 이처럼 민감한 상황을 읽고 있기에 매우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은 "파병연장 반대에 깔려 있는 신당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가 공식안을 제출하기 전까진 판단을 유보한다는 게 이명박 후보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서울 외교가의 한 소식통은 "2002년 반미 정서의 확산으로 외교 실패의 기억을 갖고 있는 미 정부와 주한 미 대사관은 이번 대선에서 미국 이슈가 불거지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노 대통령, 오늘 대국민 담화=노 대통령은 23일 자이툰 부대 파병연장 결정을 담은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노 대통령은 파병연장의 이유로 ▶이라크 재건사업 참여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와의 공조 필요성 등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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