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낮엔 에술의거리 밤이면 폭주족 활개로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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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대학로엔 배꼽티가 없다.」 문예회관 앞에서 3년째 노점상을하고 있다는 김정순씨(43)는『한달내내 꼭 한번 배꼽티를 보았다』며 『대학로엔 배꼽티들이 오기 싫어하는가 보다』고 말한다.
명동.압구정동.신촌의 대학가마다 배꼽티가 물결을 이루고 심지어는 속옷 패션까지 등장한다는데 청춘남녀가 몰려들기는 여느곳 못지 않은 이곳 대학로에만 유독 배꼽티가 없다.왜일까.
문예회관 소극장옆 카페 뚜레박 기획실장 이천우씨(40)는『거리 수준과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은근히 자랑한다.문화예술의 거리에 걸맞게 최소한의 문화적 교양을 갖춘 청춘남녀가 모여들기 때문이 아니겠냐는게 이씨의 분석.어쨌거나 젊 은 남녀가 많이 몰린다고 배꼽티를 찾아 눈요기나 해야겠다는 이들에겐 대학로는 기대수준 미달인 셈.
대학로의 밤은 폭주족들 세상.
낮이면 농악패다,즉석 콘서트다해서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거리공연으로 문화예술의 거리냄새를 물씬 풍기는 대학로지만 밤이 되면사정은 정반대다.
새벽2시쯤이면 굉음과 함께 어김없이 나타나는 폭주족들이 주범.호르라기를 불며 오토바이마다 남녀 2명씩 탄채 대학로를 누비는 이들은 평일엔 10여대,주말이면 30~40여대로 불어난다.
안전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은 물론 무면허가 많아 사고위험이높은데도 불구하고 경찰에서는 단속엄두도 못낸단다.파출소의「딸딸이 오토바이」론 죽을 힘을 다해 쫓아봤자 폭주족들에게 비웃음만당하기 십상이라 아예 요즘엔 단속을 포기했다는 게 경찰측 얘기다.문화의 거리가 밤마다 폭주족들에게 사로잡혀 신음하는 일이 언제까지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하다.
〈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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