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의건강법] "바둑 두며 스트레스 날리고 치매도 막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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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만병의 근원이라는 스트레스 해소약입니다. 치매 예방을 돕는 정신 스포츠이기도 해요. 단 승부에 너무 집착해선 안 됩니다.” 만성 골반통 치료로 유명한 경희대병원 허주엽 원장(59·산부인과·사진)의 바둑 예찬론이다.

  그의 바둑 실력은 아마 5단. 프로 기사인 서능욱 9단과 지난해 4점을 미리 깔고 둔 바둑에서 세 집 이긴 것을 일생의 자랑거리로 여긴다.

  “서 9단이 조금 봐 준 것 같아요. 그러나 일생일대의 고수를 만나 대국한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었죠. 몸에서 엔돌핀이 많이 분비됐을 것입니다.”

  병원에서 최고수인 그의 바둑 이력은 대학 재수 시절 시작된다. 고등학교 내내 그를 괴롭혔던 알레르기성 비염의 아픈 기억도 잊을 겸 그는 친구 둘과 함께 바둑 세계에 입문했다. 그리고 대학과 군의관 시절에 기력을 높여 나갔다. 2년 전 병원장이 된 뒤에도 직원들과 가끔 수를 겨룬다.

  “바둑을 두면서 상대의 마음 상태는 물론 건강까지 읽을 수 있어요. 몸이 피곤하거나 질병이 있으면 바둑이 조급해지고 여러 수를 미리 생각하지 않고 마구 두게 됩니다. 건강할 때는 더 차분해지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므로 승률이 확실히 높아져요.”

 그는 바둑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일본에서 직업별 평균수명을 조사한 적이 있는데 프로 기사의 수명이 가장 길었다는 것. 그러나 내기 바둑보다 즐겁게, 가볍게 마음을 비우고 두는 것이 보약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바둑을 두면 우뇌가 발달해 치매 예방에도 기여할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사람의 뇌 중에서 좌뇌는 계산력·암기력을, 우뇌는 종합력·판단력을 관장합니다. 우뇌가 덜 발달한 사람은 포석이 잘 되지 않습니다. 대국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반면 좌뇌의 발달이 떨어지면 중반의 공방에 약해 수 싸움을 잘 못합니다. 대신 포석은 괜찮아요. 노후에 바둑을 즐기면서 우뇌에 활력을 불어넣으면 치매 예방 등 삶의 질을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바둑은 늘 생각하면서 둬야 하므로 뇌혈관도 튼튼해져요.”

  중년 이후에 바둑을 시작하는 것도 ‘강추’했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배워야 흥미·성취감은 물론 웰빙·건강에 이롭다고 그는 주장한다.

  “기원을 찾거나 케이블 TV에서 제공하는 바둑 강좌를 매일 30분쯤 받아 기본 포석과 행마를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년 이후에 시작한 사람이 3급 이상 실력을 갖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러나 아마 5∼8급만 되면 바둑이 가장 재미있고 친구 사귀기도 좋아요.”

 한두 시간 안에 승부가 나는 바둑이 아마추어에겐 적당하다고 한다. 승부가 걸려 있어 3시간 이상 바둑을 두면 관절·허리가 아프고 머리도 어질어질해진다는 것. 프로 기사가 8시간씩 대국하다 보면 체중이 한꺼번에 3㎏나 빠지는 경우도 있단다.

  바둑이 정신 스포츠인 만큼 몸을 많이 쓰는 운동도 함께 해야 심신이 고루 건강해진다. 허 원장은 “탁구(고등학교 시절 학교 대표선수)와 등산으로 체력을 보충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덕유산과 중국 황산을 등반했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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