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호기심 갖고 문제 파고들어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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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15면

김광웅 서울대 명예교수

리더를 꿈꾸는 이들에게

미래 리더십의 키워드는 열림·소통·여성성·과학기술·창조사회다. 내일의 리더는 창조사회를 이끌 수 있어야 한다. 지본(地本), 자본, 뇌본(腦本) 사회를 거쳐 21세기는 개방과 융합의 창조사회로 본격 진입하기 때문이다. 창조사회는 상상력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사회다. 기존의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겠다면 큰일이다. 이를테면 환경을 희생해 개발하고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으로 용납되지 않는다. 채집이 아니라 태양열, 조력, 풍력 등과 같이 경작 중심의 에너지 정책은 새롭다.

호기심을 갖고 상상력으로
창조적이고 유용한 상상력에 토대한 미래지향적 비전이 21세기 리더십의 근간이다. 미래를 어떻게 펼치겠다는 의지가 담겨야 한다. 여기에 남성성보다는 부드럽고 사려 깊고 너그러운 여성성이 담겨야 한다. 우뇌 리더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에 미래 리더십은 과학기술의 발달을 모르고는 발휘되지 않는다. 후진타오의 ‘과학발전관’을 연상하면 된다.

요즘 창의적 지도자로 손꼽히는 사람이 아랍에미리트의 셰이크 무함마드이다. 그는 현실을 직시하는 위기의식, 상상력을 이용한 미래지향적 비전, 설정한 계획을 밀어붙이는 강력한 추진력 등을 강조한다. 클린턴도 서울에 왔을 때 리더십의 요소로 비전·전략·집행력·인내 등을 꼽았다.

미래 창조적 리더십에 필수적인 것이 개방과 소통이다. 만약 리더가 ‘심리적 감옥’에 갇혀 폐쇄적이어서 주변 인물만 발탁한다면 어빙 제니스가 말하는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기 십상이다. 미래와는 거리가 먼 12~13세기 때의 옛 이야기지만 칭기즈칸은 이방인을 참모로 많이 써 개방과 다양한 사고로 세계를 제패했다. 1955년에 워싱턴 포스트지가 지난 천년 중 가장 훌륭한 지도자로 그를 뽑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대통령 리더십의 자질과 능력을 가리는 평가요소로 비전, 정부조직 역량, 외교력, 정치기술, 맥락 파악, 인지 스타일, 감성지능 등을 꼽는다. 이를 토대로 국민에게 꿈과 희망과 결실을 쥐여줘야 한다. 리더는 표현력에서도 탁월해야 한다. 소통의 출발이다. 표현력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연설에서 문장론(syntax), 의미론(semantics), 어용론(pragmatics) 등을 적절히 구사하며 상대방을 설득하는 명수라는 평을 듣는다. 자서전 『마이 라이프』를 보면 그는 늘 국민에게 전진, 희망, 단결, 구심점 등을 외쳐댔다. 반면에 노무현 대통령은 토론의 달인이라고는 하지만 메타언어와 대상언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리더십은 '공유'해야
미래 리더십은 끄는 자와 끌려가는 폴로어의 관계가 아니라 ‘함께 간다’는 뜻이 부각된다. ‘공유한 리더십(shared leadership)’ ‘코 리더십(co-leadership)’ ‘팀 리더십(team leadership)’이라는 표현들을 그래서 쓴다. 대통령은 참모와 한 팀이 되어 가고 국민과도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뿐 아니라 어느 분야의 리더도 그래야 한다. 그렇다고 리더가 전혀 부상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위기 때는 리더가 돋보인다. 그러나 미래의 리더는 역할을 나누고 권한을 위임할 줄 알아야 한다.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리더는 앞으로 상상하기 어렵다. 컨비너나 코디네이터 정도로 생각하면 매우 편해진다. 부시 대통령이 600단어밖에 쓰지 못할 정도로 책을 안 읽는다며 지적이지 못하다고 비판받지만 그의 리더십은 임파워먼트에서 나온다. 참모들에게 많은 권한을 위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임도 조심해서 해야 된다. 리더 주변에는 항상 2인자가 있고 3인자도 있게 마련인데 이들과의 역할분담이 무엇보다도 성공의 열쇠다. 우리나라처럼 악역만 맡고 대신 옥고를 치러야 하는 그런 역할분담은 미래에는 생각할 가치조차 없다. 권력이 집중돼 결국 부패를 떠안는 일을 누가 더 이상 하겠는가?

리더십 훈련은 몸으로 전뇌로
그렇다면 새롭고 유용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가? 좌뇌보다는 우뇌, 나아가 대니얼 핑크가 말하는 전뇌적 사고로 가능하다. 로버트 루트번스타인은 ‘생각의 도구’에서 관찰하기, 형상화하기, 추상화하기, 패턴 인식하기, 패턴 형성하기, 유추하기, 몸으로 생각하기, 감정이입하기, 차원적 사고 하기, 모형 만들기, 놀이하기, 변형하기, 통합하기 등으로 창조가 가능하다고 했다.

끝으로 미래의 지도자를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창조적 상상력을 키워 내일을 바라볼 줄 아는 비전 훈련은 지적 호기심과 탐구욕을 갖고 아름다움에 가까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루트번스타인이 그렇게 말했다. 많은 경험을 하면서 늘 의문을 갖고 문제에 파고들도록 해야 한다.
거기에 하나 더해서 오는 12월에 그런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으면 역할모델이 되어 누구나 따르려고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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