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해빙시대>3.북한의 진로와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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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北韓은 美國과의 3단계 고위급회담에서 일부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對美관계 정상화를 포함한「일괄타결」의 행보를 더욱 재촉할 수 있게 됐다.
이번 회담에서 北韓은 체제보장및 경제지원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분명히 함에 따라 金日成사후 對外정책의 변화를 가늠할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
물론 金正日이 체제안정에 필요한 시간벌기에 급급하다는 평가가일부 없는건 아니지만 北-美합의로 경제난타결과 대외개방의 첫 단추를 끼울 수 있게 됐다.
따라서 金正日정권의 정치생명에 유리한 환경을 일단 조성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對美.對日관계개선으로 체제보장을 받아내는 한편 완만한경제개혁.대외개방에 착수할 것이란 관측이 그동안 있어왔음을 감안하면 북한에도「변화의 기회」가 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北韓의 진로와 선택은 이제부터가 문제다.
북한은 일단 姜錫柱 외교부 제1부부장이 밝힌대로▲흑연감속로의경수로 전환 지원▲연락사무소 설치▲폐연료봉 처리▲대체에너지 지원등을 논의하기 위한 4개 北-美전문가회의에 적극 응할 것이다. 즉 현재.미래의 核동결에는 성의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회의가 9월23일 제네바회담 이전에 상당한 진전을 보이면 재개될 제네바회담은 北-美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이것이 北韓의 바람이다.양국관계의 질적 변화는 한반도의 지각변동으로 이어질게 분명하다.
북한과 美日의 교차승인은 북한의 모든 정책변화의 촉매가 될 것이다. 金正日정권으로선 체제.정권에 대한 국제적 승인을 기반으로 강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완만한 개혁.개방정책으로 움직여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양과 워싱턴에 연락사무소가 설치되면 일단 북한은 무역활성화와 투자유인에 적극 나설 것이다.
그동안 羅津.先鋒자유경제무역지대등으로 부분 대외개방의 의지를밝히고 금년부터 3년간「무역제일주의」방침을 정한데 따른 유리한환경이 조성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北-日수교협상이 본격화되면 경협의 문은 더 넓게 열린다. 북한은 日本과의 수교로 얻어질 수십억달러를 사회간접자본및 노후된 공장설비 경신에 투입하게 될 것이고 자본.기술협력에 적극 나설수 있게 된다.또 핵문제가 어느정도 타결되면 핵과 경협을 연계시켜온 韓國정부도 기업들의 對北진출을 막지는 않을 것이므로 南北경협도 활발해질 것이다.
다만 정권에 불안정을 몰고올 급속한 개혁.개방은 피할 것이다. 북한은 이같은 상황에서 경제난 해결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갈수 있지만 「美帝」라는 북한주민들의 일치된 敵이 사라짐으로써내부단결 수단의 약화를 피할수 없게 된다.
이제 北韓은 더욱 중요한 선택을 남겨놓고 있다.
對美수교협상에서「駐韓美軍 주둔을 통일때까지 인정」할지「수교는평화상태를 전제로 한 것인만큼 별도의 평화협정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밝힐지 혹은「韓美합동군사훈련의 영구중지 주장을 포기」할지등을 결정해야 한다.
이것들은 北韓 주민들과 군부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金正日정권으로선 쉽지 않은 선택이다.
또다른 현실적 과제는「과거핵」에 대한 IAEA측 사찰(특별사찰 포함)을 그대로 받아들일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북한이 특별사찰에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한국을 비롯해 경수로지원에 나설 국가들이 지원을 늦추거나 압력수단으로 쓸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비핵화선언을 이행하기 위한 南北핵통제공동위원회에 북한이 성의를 보이지 않으면 南北관계의 진전이 어렵고 北-美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北韓이 경제난을 극복하자면 軍需산업을 民需로 전환해야 하고 이는 南北관계가 진전돼 군비축소가 실현되는 분위기에서야 가능하다. 「과거핵」규명과 관련,외부압력이 거세어지면 金正日정권이 내부상황 때문에 굴복보다는 강한 반발을 택할 여지도 있다.
〈兪英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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