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흔쾌히 도와주면 승리할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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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 혈전을 치렀던 정동영 후보와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만찬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이날 오후 7시30분쯤 서울 인사동 한정식집에서 만나 '대동단결'을 결의했다.

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오충일 당 대표와 손 전 지사, 이해찬 전 총리 세 분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달라"고 요청했다. 손 전 지사는 "무엇이든지 하겠다. 상의해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배석했던 손 전 지사 측 송영길 의원은 "긍정적인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후보는 손 전 지사를 "선배님"이라고 깍듯이 불렀고 손 전 지사는 "정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날 모임은 1시간40분간 전통주가 도는 가운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정 후보="그동안 마음고생, 몸고생 많으셨다."

▶손 전 지사="축하드린다. 정 후보가 역사의 진전을 위해 대통령이 꼭 되셔야죠."

▶정 후보="위로의 말씀드린다."

▶손 전 지사="정 후보가 반드시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내 역할을 하겠다."

▶정 후보="손 선배님이 흔쾌히 도와주면 국민들이 좋게 보고 도와주실 것이다. 선배님과 함께 했던 분들을 다 안고 가겠다."

▶손 전 지사="그렇게 하시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정 후보가 승리하도록 모든 일을 다하겠다."

두 사람은 당초 여의도의 중식집에서 오찬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정 후보가 "저녁에 소주 마시면서 편하게 얘기하시자"고 제안해 장소를 바꿨다. 정 후보가 손 전 지사를 선대위에 끌어들이려는 것은 '서부 벨트'를 묶어내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호남 출신 정 후보가 수도권 지지층이 두터운 손 전 지사를 앞세워 '호남+충청+수도권' 표를 결집시킨다는 구상이다. 손 전 지사로서도 한나라당 탈당 이미지를 씻고 신당에 뿌리내리기 위해 대선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정 후보는 20일 김근태 전 의장, 21일 이 전 총리와도 만나 공동선대위원장을 요청할 예정이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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