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한해빙시대>북미관계 대사급 수교까진 난제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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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北韓과 美國이 연락사무소를 개설한다는 원칙에 합의함으로써 양국관계는 일단 정상화 궤도에 올랐다.
이에따라 양국관계 정상화가 앞으로 어떤 속도로 어디까지 진행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양국관계의 정상화는 핵문제 해결과정과 맞물려 진행된다는 것이3단계 1차회담의 합의내용이다.
또 미국은 지금까지 핵문제가 해결되면 북한과 정치.경제관계를개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해왔다.다시말해 양국 관계개선은 핵문제 해결을 위한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양국관계의 정상화 속도는 일단 핵문제가 해결되는 속도와 비례할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北-美관계의 개선속도가 그다지 빨라질 수 없다는게일반적인 관측이었다.
美國 對外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인권문제나 북한의 미사일 수출문제,나아가 한국전쟁 당시 실종된 美軍유해 송환문제등 정상화전에 해결돼야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제 미국으로서도 북한과 관계개선을 통해 얻는 실리가없을 수 없어 급격한 속도로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냉전종식 후 고립된 채 남아 있는 북한의 존재가 동북아의 안정에 끝없는 긴장요인이 되어왔다.北-美 관계개선은 미국으로 하여금 안보비용을 줄이고 북한을 자신의 영향력 범위안에 끌어들임으로써 태평양지역에서 주도권을 확대하는 등 쏠쏠한 실리를 취할수 있다.
미국은 金日成사망후 북한과의 관계개선에 더욱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
중국은 연로한 덩샤오핑(鄧小平)이후 체제에 대한 불안감이 없을 수 없다.日本과 러시아는 국내사정이 복잡해 동북아시아 지역에 영향력을 행사할 여력이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金日成사망으로 인한 북한 체제 위기는 미국에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안겨주고 있다고 볼 수있다.
미국은 북한이 金正日을 중심으로 안정을 찾으면 그를 끌어안으려 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단계 1차회담 결과가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는 급진전이었다는사실은 그같은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북한의 관계개선 의지가 어느정도로 강한 것인가도 중요하게 고려할 변수다.
북한이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한 체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개방은 불가피하지만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보폭을 조절할 것이란게 그동안의 대체적 전망이었다.
사실 북한사회의 폐쇄강도로 미뤄볼 때 개방이 자칫 페이스를 잃을 경우 곧바로 체제 붕괴와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단계회담 북한대표인 姜錫柱 북한제1외교부副부장은 14일자 워싱턴 포스트紙와의 회견에서『北-美합의는 양국관계에 신기원을 열 것』이라고 말해 북한이 미국과 관계개선할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시사했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볼때 북한과 미국은 관계정상화를 향해 예상보다 빠른 걸음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보기에 따라선 이미빠른 움직임이 시작됐다고 할 수도 있다.
특히 양측이 연락사무소 개설을 위한 전문가회의를 다음달 23일 열리는 3단계 2차회담 전에라도 열 것이라고 합의한 대목은매우 주목할 만하다.
韓昇洲외무장관은『연락사무소 개설 이전에라도 연락관의 상호파견이 있을 수 있으며 이번에 합의한 내용이 이행되는 단계에서 연락사무소가 개설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따라서 연락사무소 개설은 다음달 23일 2차회담에서 경수로지원 방안과 특별사찰 실시등 최대쟁점이 타결되면 즉시 또는 늦어도 올해안에 성사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리 정부관계자들은 점치고 있다.
다만 1차회담에서 미국이 특별사찰 이행을 반드시 지켜야한다고강조한데 반해 姜錫柱북한대표는 회담뒤 특별사찰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말해 서로 엇갈리고 있다.
바로 이 대목이 北-美관계개선은 물론 여타 문제의 해결에도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양국관계가 급진전되더라도 궁극적으로 대사급 관계의 수립이라는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양국간에 풀어야할 현안이 산적해 있어 숱한 우여곡절이 기다리고 있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康英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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