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안전장치 무색 잇단 사고-열차도 타기 겁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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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일 발생한 제주공항 KAL機 사고에 이어 11일 경남 밀양에서 어이없는 열차충돌 사고가 나 대중교통시설의 안전에 대한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열차 충돌사고 원인이 비상상황 발생시에 대비한 多重안전장치에 허점이 있거나 무시된데 따른 것으로 밝혀져,최근에 잇따르는 사고를 계기로 기초적인 대중교통 안전시설및 체계에 대한 일제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고원인에 대해 철도청은『사고직전인 11일오후 2시59분48초에 부산발 대구행 202호 열차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그대로진행하고 있다는 비상상황 발생사실이 이지역 열차신호와 지령내용등을 기록한 부산지방철도청의 CTC(중앙집중제어 장치)에 기록돼 있다』고 말할 뿐 납득할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있다.
철도청은 202호 열차기관사 朴明壽씨(40)와 기관조사가 모두 숨져 이 열차가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왜 하행선에 들어갔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못했다.
교통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에 대해 서너단계의 열차운행 안전장치가 힘을 못쓰고 충돌사고가 빚어진것은 큰 문제라고 입을 모으고있다.무궁화호 열차에는 ATS(열차 자동제어장치)가 설치돼 규정속도를 지키지않거나 전방에 정지신호나 장애물이 나타날 경우 5초동안 『삐삐』하며 경보음을 울리게 되며 기관사가 정지하지 않더라도 열차는 자동정지하게 된다.
따라서 이번 열차 충돌사고는▲ATS가 작동하지 않는 구멍이 뚫렸거나▲기관사가 이를 꺼버리거나 무시한「人災」라는 지적이며 졸음운전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또 비록 ATS가 작동되지 않았을 경우에도 정지신호기와 경부선.경전선이 갈라지는 선로가 2백30m 떨어져 있어 충분히 제동장치를 조작할 수 있었는데도 그대로 진행했으며,하행선에 진입한 뒤에도 3백~4백m 전방에서 마주오는 열차가 있었 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의문이 커지고있다.
철도청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재발방지책을 내놓았으나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올들어서만도 5건의 열차탈선사고와 2건의 열차충돌사고가 발생했다.
〈金石基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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