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 베이징 위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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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조류독감이 수도 베이징(北京)의 턱 밑까지 접근했다.

중국 농업부는 3일 베이징과 불과 3백여㎞ 떨어진 산시(陝西)성과 간쑤(甘肅)성 란저우(蘭州)시의 두개 현(縣)에서 조류독감 의심 사례가 새로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2개 성의 사례가 추가됨으로써 중국의 조류독감 확인 및 의심 사례는 12개 성.시.자치구로 늘어났다.

농업부와 위생부 등 조류독감 대책 당국은 특히 산시 지역의 조류독감 의심 사례를 매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산시성은 베이징과 가까워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베이징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특히 베이징은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빈민 노동자들의 집결지이기 때문에 지난해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파동 당시처럼 노동자들의 빈번한 유입.유출을 통해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돼 베이징에서 조류독감 감염자가 폭증할 가능성이 큰 점을 우려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 후이량위(回良玉)국무원 농업 담당 부총리 주재로 관계 부처 대책 회의를 열고 미확산 지역의 조류독감 경계 수위를 대폭 상향 조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모든 가금류 수송 차량은 검역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며 가금류 접촉 기회가 많은 사람들도 철저한 의료 검진을 받아야 한다.

回부총리는 "방역 조치의 3대 원칙은 빠르게(快).일찍(早), 그리고 엄격하게(嚴)이며 한치의 실수도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남부 광둥(廣東).윈난(雲南)성에서 이미 나타난 의심 사례는 H5N1 조류독감으로 확인됨에 따라 중국 내에서 진성 조류독감 사례는 모두 5건으로 늘어났다.

3일에는 홍콩에 인접한 선전(深)에서 흑고니의 떼죽음 사태가 발생해 조류독감 감염이 의심되고 있다.

한편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중국 광둥성일 가능성이 크다고 홍콩 언론이 4일 보도했다.

홍콩 영자지 스탠더드는 이날 조류독감 조사관들의 말을 인용, "광둥성 당국이 지난해 10월 중산(中山)시의 2개 농가에서 H5N1 조류독감으로 닭들이 집단 폐사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보도했다.

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도 "1997년 홍콩 조류독감의 진원지가 광둥성이었다며 이번 조류독감의 진원지 또한 중국 남부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책임론을 지적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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