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이야기방>장희경씨 모녀의 방학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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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믿음이(서울 계남국6)는 그렇게도 지겹다는 산수숙제를 아침에해치우겠다며 끙끙거리고,보름이(계남국 4)도 언니한테 뒤질세라하루치 방학숙제를 해치우겠다고 바쁘다.책읽고 세 모녀가 한자리에 앉아 이야기하기,두 아이가 그렇게 좋아하는 바로 그 순서가기다리고 있는 까닭이다.요즘 함께 읽고 있는 책은 『혼자서 크는 아이』(어린이 철학연구소 글.산하刊).처음엔 자기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요구하는 철학동화가 낯설고 잘 이해가 안되는 눈치였다.그러나 지난 겨울 비교적 시간여유가 있는 방학을 이용해 이 책들을 꼼꼼히 읽으면서 자신이 느낀대로 말해보게 했더니 평소 잘하지 않던 이야기까지 두루 나누게 되면서 톡톡히 맛을 들였다. 보름이는 「생각 바구니」,믿음이는 「생각 묶음집」이라고이름붙인 일종의 독서 기록장에다 각자 인상깊은 내용을 그림으로,글로 나타낸다.
믿음=노마가 꿈속에서 예쁜 요정으로부터 안내받은 「두 갈래 길」중에 첫번째 길은 노력하지 않고도 돈이나 명예.기쁨을 얻을수 있는 길,두번째 길은 땀과 노력으로 걸어가야 하는 가시밭길이지만 결국 보람.풍요.행복이 기다리는 길이에요 .
엄마(張姬京씨.36.주부)=여기서 말하는 「길」이란게 뭘까?보름=사람들이 살아가는 여러가지 모습이죠.
엄마=예컨대 어떤 모습? 믿음=첫번째 길은 소매치기,술집 아가씨,공부못하는 언니들을 몰래 대학에 입학시킨 교수님….두번째길은 성실히 일해서 나중에 부자가 된 사람,지난번에 읽은 책 속의 「유한양행」할아버지,그리고 우리 아빠! 보름=지난 겨울 우리 아파트단지 앞에서 붕어빵을 구워팔던 중학교 언니들도 두번째 길에 속하겠지? 〈주부.서울양천구목동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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