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개공, 상암동 아파트분양 원가 첫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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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평당 1천2백10만원에 분양해 아파트 가격 인상을 부추긴다는 논란을 빚었던 서울도시개발공사의 서울 상암동 40평형(전용 면적 32평)아파트 분양 원가는 평당 7백36만원으로 밝혀졌다.

분양가와 실제 원가의 차이는 4백74만원으로 공사는 평당 39%의 고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폭리를 취해 왔다는 의혹을 사온 민간 건설업체에도 분양 원가 공개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서울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11월 일반 분양한 상암지구 7단지 40평형 아파트 1백62가구의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원가 산출 내역을 4일 공개했다. 아파트 분양 원가가 공개되기는 처음이다.

산출 내역에 따르면 아파트 평당 분양가격(1천2백10만2천원) 가운데 원가는 60.8%를 차지했다. 항목별로는 토지 구입비가 41.6%(3백5만9천원), 건축.토목.설계.감리 등 건축비가 46.2%(3백4만1천원), 이자 등 기타 비용이 12.2%(90만2천원)였다. 공사는 1백62가구를 가구당 4억9천만원씩에 분양해 1억9천만원씩 총 3백10억4천만원의 이득을 챙겼다.

공사 김승규(金承珪)사장은 "도시개발공사는 전용 면적 25.7평(32평형) 이하 서민주택을 주로 짓는 공공기관이어서 민간업체보다 분양가를 대폭 낮춰왔다"며 "그러나 중산층을 대상으로 지은 40평형의 경우 주변 시세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분양가를 낮게 책정할 경우 차익이 고스란히 분양권자에게 돌아가므로 원가보다 높게 책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측은 분양 이익 3백10억원 중 2백10억원은 공공 임대주택 건설용으로, 1백억원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교생 장학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분양가 공개를 요구해온 '소비자 문제를 연구하는 시민의 모임'은 "토지 구입비가 민간 건설업체보다 적게 들어 분양 원가가 낮은 것은 이해하지만 건축비는 다소 부풀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공익을 위해 수익금을 쓴다고 공공기관이 앞장서 분양가를 높게 매겨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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