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에 '기자실' 팻말만 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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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시작됐다. 19층에 임시로 마련된 기자실(사진 위)이 좁아 좌석이 부족하자 기자들이 복도에 나와 기사를 보내고 있다(左). [사진=강정현 기자]

노무현 정부가 밀어붙이는 기자실 폐쇄조치 때문에 올해 국정감사에 대한 취재.송고 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국감 첫날인 17일 국감 대상인 일부 부처에선 기사 송고시설이 크게 부족해 취재기자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브리핑룸이 없어졌다는 것을 확인한 뒤 난감한 표정을 짓는 국회의원도 적지 않았다.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는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에서 국무총리비서실.국무조정실에 대한 국감을 벌였다. 국무조정실은 국감장인 19층 대회의실 주변에 임시 기자실을 만들었다. 총리실 출입기자들의 기자실(기사송고실)은 원래 청사 10층에 있었지만 국정홍보처의 기자실 통폐합 이후 기자실과 합동 브리핑룸이 폐쇄된 상태다. 더욱이 임시 기자실의 규모가 턱없이 부족했다. 창고로 쓰던 폭 3m, 길이 10m의 공간에 긴 테이블과 의자 15개 정도를 갖다 놓고는 '기자실' 팻말만 붙여놓았다.

60여 명의 기자가 몰려들자 국무조정실 측은 복도에 임시 기자석 10개를 추가했지만 역시 모자랐다.

국감장 현장을 잇는 중계 TV도 설치되지 않았다. 자리가 없는 30여 명의 기자는 국감장 안 방청석에서 취재.송고를 해야 했다. 국감장에서 마주친 한 국무조정실 직원도 "기자실이 이렇게 열악하나"라며 혀를 찼다.

정무위 소속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은 "브리핑룸이 어디냐"고 물어보다 "정부에서 폐쇄했다"는 답변을 듣고 머쓱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검증과 관련해 BBK 증인 채택 문제로 파행을 겪은 이날 정무위에선 여야 의원들이 복도에서 기자회견을 해야 했다.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도 임시 기자실이 들어섰다. 건설교통부는 국회 건교위 국감에 대비, 7층에 기자실 두 곳을 마련했다. 건교부 출입기자와 국회 출입기자들을 위해 각 방에 15개 남짓한 좌석을 마련했다. 하지만 수십 명의 취재기자가 지나다니기에도 부족한 공간이었다. 당초 건교부 기자실은 과천청사 1층에 60여 석이 있었으나 이날 기자실은 두 곳을 합쳐도 30여 석에 불과했다.

건교위 소속 국민중심당 정진석 의원은 "기자실 폐쇄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국감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며 "폐쇄된 기자실 문을 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용섭 건교부 장관은 "국감이 열리고 있지만 어떤 취재제한 조치도 없고 기사 송고에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했다.

이가영.정강현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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