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로기쁨찾자>온가족이 휴가를 장애자와 함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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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여름휴가를 이웃의 온정에 목말라하는 불우한 장애인들과 함께보냅니다.』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설악산 기슭에 자리잡은 강원도양양군서면논화리 사회복지법인 성지원 양양복지원(원장 李興馥)에서는 2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지원의 종사원들을 대신해 원생들을 돌보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다.
가족들과 떨어져 외로움속에서 재활과정을 밟고 있는 정신박약.
지체장애인,교통사고 장애인등 중증장애인 48명은 뜻밖의 손님들이 찾아오자 단숨에 활기를 되찾았다.
강원도사회복지협의회(회장 郭宗玉)가 주관한「94직장인 하계 자원봉사캠프」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도『휴가기간을 덜어내 그늘속에 지내는 장애인들과 보낸 2박3일이 기대이상의 기쁨과 보람을주었다』며 역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공무원.직장인.주부.학생과 엄마 아빠를 따라온 어린이들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봉사활동 경험이 거의없는 사람들 이었지만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만나고는 마치 오랜 친구처럼 쉽게 가까워졌다.
어릴때 높은 곳에서 추락해 척추를 다친 이후로 줄곧 누워서 지내왔다는 趙명호군(18)은 어린 국민학생이 고사리같은 손으로흘러내린 밥알을 주워 입에 넣어주고 정성껏 세수를 시켜주자 말없이 눈물을 주르르 흘리기도 했다.
염색체 이상현상인 다운증후군(일명 몽골리즘)을 앓고있는 申종민군(16)은 자원봉사자들을 따라다니며 손을 잡고 얼굴을 비비며 서투른 말투로『반갑습니다』『고맙습니다』를 연발하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원봉사자들이 머무르는동안 1년내내 원생들을 돌보느라 쉴틈이없었던 복지원의 종사원 16명은 개원 2년1개월만에 처음으로 인근 설악산 오색계곡으로 단체야영을 갈 수 있었다.
부인과 국민학교에 다니는 1남1녀를 데리고「일가족 봉사활동」에 참가한 공무원 金昌建씨(37.춘천시 교통행정과)는『어릴때부터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고 봉사하는 삶을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서 아이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金씨의 딸 수연양(11.춘천중앙국교4)은『아빠에게 해수욕장에가자고 졸랐는데 막상 이곳에 와서 병을 앓고있는 장애인 아저씨.아줌마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잘 왔다는 생각이 든다』며『학교로돌아가면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한번 해보라고 권하고싶다』고 말했다. 李원장은『이곳 원생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거나 친지들로부터 버림받고 외롭게 살아와 작은 정성에도 쉽게 감동을 받는다』며『이들에게 필요한것은 선물꾸러미가 아니라 정이 담긴 따뜻한말 한마디와 손길』이라고 말했다.
[襄陽=洪昌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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