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大 이적성교재만든 교수-유신시대 대학다닌 진보성향학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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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검찰이 용공이적성 대학교재를 만들어 강의해온 혐의로 수사에 착수한 경남진주 慶尙大 교수 9명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또 이들이 해온 강의는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주변으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아왔는가.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한국사회의 이해」라는 강의는 이 대학 일반교양과목 제4영역「인간과 사회」에 포함되어 있으며 2학점짜리 선택과목으로 9명의 교수가 돌아가며 강의하는 팀티칭방식의 독특한 형태로 운영되어 왔다.
「인간과 사회」강의는 1학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 몰려드는수강생을 수용하기위해 이 대학에서 가장 큰 시청각 교육관의 5백석 규모의 대형 강의실에서 강의하고 있지만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한때 1천여명이 들을 정도로 이 강의가 인기 를 끈것은 서부경남농촌지역 출신이 대부분인 이 대학 학생들이 대학에 입학하여 대하는 첫 강의로는 강의내용이 기존사고와 가치판단기준을 뒤집는 내용으로 충격적인데다 강의방식 또한 일방적인 1인교수법에 익숙해온 학생들에게는 신선하게 받아 들여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의방법은 매주 교수 1명씩 돌아가며 강의를 하며 2시간강의중 1교시는 강의를 하고 2교시는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자유토론을 벌이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으며 마지막 종강때는 9명의교수가 모두 참석해 1학기동안 배운 내용에 대해 종합토론을 벌인다. 지난 학기에 이 강의를 수강한 李모양(20.사회학과)은『교수들이 학생들로 하여금 특정결론을 유도하기보다는 한국사회의모든 부문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모든 질문에 성실하게 대답해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고 말할정도였다.
그러나 이 강의에 대해 교수들 사이에서 조차『이제 대학에 갓입학한 순수한 학생들에게는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고 일방적』이라는 비판여론이 비등했으나 학문의 자유라는 논리에 묻혀 제대로 반론조차 펴지 못하는등 평가가 엇갈려 왔다.
이 강의가 시작된 배경에 대해 담당교수들은 87년9월께 9명의 교수를 비롯한 인문사회계 교수들이 모여 문교부의 일방적 지침에 따라 그때까지 운영해온 대학교양과정이 너무 획일적이라는데의견을 같이하고 시대성과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수용할 수 있는새로운 교양과정을 만들자고 결의한데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이같은 결의에 따라 이들 9명의 교수는 정규강의가 아닌 시범강의 형태로 87년 10월께 유인물을 이용해 첫강의를 시작했으며 90년 이대학 교육과정 개정특위가 단행한 교육과정 개정작업의 정규과목으로 들어가게 된 이후 그동안의 유인물 을 모아 교재로 만들고 4년째 강의해오고 있다.
이들 9명의 교수는 서슬퍼렇던 5共말기인 86년 4월30일 지방대학으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 대학 교수 24명과 함께 시국선언을 주도했을 정도로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
당시의「현시국에 대한 우리의 견해」라는 제목으로 발표된 시국선언은 서울지역의 1~2개 대학에 이어 발표되었던 것으로 보수성이 강한 이 대학 분위기에서는 대단한 충격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30대후반과 40대초반인 이들 교수들이 대부분 서울대 출신들로 이들중 한명은 인도 모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는데 이들이 대학을 다닌 70년대후반은 釜馬사태등 학생운동이 치열했던 유신말기인데다 당시 사회분위기에 의해 상당한영향을 받았던 것으로 보고있다.
이 때문에 농대를 모태로한 이 대학의 보수적인 분위기와는 맞지않아 농대와 공대등 자연계 교수들이나 노장교수들과는 보이지않는 갈등을 일으켜왔다.
또 4년마다 실시된 직선총장 선거때마다 이들 진보그룹이 미는총장후보가 출마했으며 단과대학장 선거때도 이들의 입김이 상당히작용했다.
[晋州=金相軫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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