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월드챔피언십 우승 오초아 현지 단독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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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그러나 오초아는 몰려든 수백 명의 갤러리에게 30분이 넘도록 일일이 사인을 해줬다. 끝까지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었다. 귀찮은 표정을 짓거나 사인 요청을 거절하는 일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어렵사리 1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데저트의 빅혼 골프장에서 오초아와 마주 앉아 인터뷰를 했다.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합계 18언더파로 김미현(KTF·합계 14언더파)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7승을 거둔 직후였다.

다음주 울산 마우나오션 골프장에서 열리는 LPGA투어 하나은행-코오롱 챔피언십에 출전하는 소감부터 물었다.

“한국에 가는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2003, 2004, 2005년에 이어 네 번째) 갈 때마다 마음이 설렌다. 제주도는 무척 추웠던 기억이 난다. (멕시코처럼)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기 때문인지 아시아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다.”
어떤 선수를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여길까 궁금했다.

“라이벌? 글쎄, 굳이 이름을 말하지는 않겠다. 요즘은 모두 정말 골프를 잘한다. 그렇지만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해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무척 힘든 여정이었지만 지금은 그저 평소처럼 열심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처럼 많은 사람이 사인을 부탁해 오고, 인터뷰 요청이 이어지지만 나는 이런 분위기를 즐긴다.” 오초아는 인터뷰 내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대답했다. 멕시코 악센트가 섞였지만 성실하게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골프 이외에 다양한 스포츠를 즐긴다. 마라톤과 등산·수영·스키·트레킹 등등 안 해 본 운동이 없다.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워터 스키다. 올 2월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해 하프 코스를 뛴 적도 있다. 어렸을 땐 나무에 올라갔다가 떨어져 팔이 부러지는 등 톰보이(말괄량이)였는데 이게 내 성격에도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 대통령보다 인기가 많은 것 아니냐”고 물었더니 말 없이 빙긋이 웃었다. 자신을 오초아의 사촌이라고 밝힌 조나단 오초아가 대신 대답했다.

“멕시코엔 골프 대회가 많지 않다. LPGA투어 2개 대회를 개최할 뿐이다. 멕시코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는 축구와 야구다. 그러나 멕시코에선 삼척동자도 오초아를 안다. 그는 멕시코의 영웅이자 천사다.”
조나단의 답변은 계속됐다.

“오초아는 멕시코의 불우이웃을 위해 틈날 때마다 자선기금을 내놓는다. 그러나 오초아가 내놓는 것은 ‘돈’이 아니라 그의 ‘시간’과 ‘관심(care)’이다. 그는 멕시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그는 이 부근에 사는 멕시코 사람들을 불러모아 파티를 열어줬다. 파티에 참가한 사람 대부분은 팜데저트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김미현의 뒤를 이어 장정(기업은행)과 브라질 동포 안젤라 박(LG)이 13언더파 공동 3위였고, 미셸 위(18)는 이날 1언더파를 쳐 합계 18오버파로 베티나 하우어트(독일)을 1타 차로 제치고 최하위를 모면했다.

 

팜데저트=정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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