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통신망은 5개 … 이통사는 75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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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통업체 테스코는 이동통신 서비스 사업도 한다. 한국에서 대형 할인점 '홈플러스'를 운영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이 회사는 영국에 테스코모바일이라는 이동통신 회사를 갖고 있다. 테스코모바일은 현지 이동통신회사 O2의 통신망을 빌려 사업을 하는 이동통신망 임차사업자(MVNO)다.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 근처 테스코 매장의 아닐 게디아 매니저는 "매장에서 25파운드(약 4만7000원)어치 이상을 구입한 고객에겐 테스코모바일 단말기 값을 25파운드 깎아 준다"고 소개했다. 테스코모바일은 단말기뿐만 아니라 망을 빌려 준 O2보다 요금도 싸다. O2는 같은 회사 가입자끼리의 통화엔 분당 25펜스(약 470원), 다른 회사 가입자와의 통화엔 40펜스를 받지만 테스코모바일은 구분 없이 20펜스를 받는다. 테스코는 이런 서비스로 지난 5년간 140여만 명의 가입자를 모았다.

영국엔 자체 통신망을 갖고 있는 이통사가 5개지만 이들로부터 망을 빌려 쓰는 MVNO가 70개 있다. 이동통신 사업에 대한 별다른 규제가 없어 누구나 쉽게 이 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 주요국도 마찬가지다. 유럽 전체로는 MVNO가 290개나 된다. 잘 알려지지 않은 MVNO들이 고객을 끌기 위해 색다른 요금제와 서비스를 들고 나오니 요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입자가 많은 1위 사업자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고객은 기존 이통사의 서비스나 요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여지없이 새로운 서비스나 요금제를 내놓는 MVNO를 선택한다. 노르웨이의 MVNO인 원콜은 최근 한 달에 기본료 없이 88분간 무료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놔 통신업계 전문가들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 파리에 사는 앨리즈 래몽(28)은 5월 프랑스 MVNO인 네프모바일의 TWIN 요금제를 선택했다. 그는 "TWIN은 무선 랜(Wi-Fi)이 되는 곳에선 인터넷 전화를 하고 그 외 지역에선 휴대전화를 쓰는 겸용 서비스"라며 "21.9유로(약 2만8000원)만 내면 인터넷 전화는 공짜, 휴대전화는 90분 무료통화할 수 있어 대만족"이라고 말했다.

일본 2위 이통사인 KDDI는 가입기간이 긴 고객에게 기본료 할인 혜택을 더 준다. 가입 첫해에 36.5% 깎아 주지만 6년째는 44%, 11년 이후엔 50%까지 기본료를 덜 받는다.

영국.프랑스 등 선진국 시장은 단말기 가격과 연계된 휴대전화 요금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대리점마다 단말기 가격이 천차만별이고 이를 제대로 공개하지도 않는 우리나라와는 사정이 다르다. 파리 중심가인 몽파르나스 역 주변에 몰려 있는 휴대전화 대리점에선 LG전자 샤인 단말기를 309유로(약 40만원)에 판다. 하지만 프랑스 2위 이통사인 SFR은 2년간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약정하면 이를 1유로에 준다. 영국 런던 옥스퍼드가에 있는 휴대전화 양판점 '카포인트 웨어하우스'에선 전시된 단말기마다 가격과 함께 개통할 수 있는 이통사와 요금제가 자세히 적혀 있다. 독일 1위의 이통사인 T모바일 본사(독일 본)에서 만난 클라우스 체르윈스키 대외협력담당 코디네이터는 "단말기에 얼마의 보조금을 주든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일정 기간 사용을 약속하는 조건을 붙여 단말기를 싸게 주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이종화 박사는 "선진국처럼 1~2년 의무사용 약정을 허용하고 소비자가 단말기를 싸게 받든지, 요금을 할인 받든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망 임차사업자(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의 약자. 자체 통신망 설비 없이 기존 이동통신 사업자의 통신망을 빌려 이동통신 서비스를 하는 업체다. MVNO는 통신망 설치에 드는 투자 비용 부담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값싼 요금으로 서비스하는 게 가능하다. 우리 정부도 내년 중 MVNO 도입을 위한 제도 마련에 나설 예정이며, 은행권과 유통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별취재팀 = 차진용(팀장).이원호(홍콩), 이나리(일본), 김원배(영국.프랑스.독일), 장정훈(미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