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100년사를 한눈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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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호 20면

올해도 노벨상 6개 부문별 수상자의 면면이 이목을 집중시켰다(경제학상은 15일 발표). 한국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2000년 평화상 수상, 해마다 문학상 후보에 거론되는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수상자 발표가 비중 있는 뉴스가 됐다. 덕분에 두 분야의 역대 수상자와 그 업적도 일반에게 꽤 알려진 편이다.

나머지 4개 분야 중 경제학상은 상대적으로 대중적 인지도가 높지만, 과학 분야는 업적은커녕 학자 이름조차 익숙지가 않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에 열광했던 시기, 지레 노벨상 가능성을 운운했던 게 그나마 관심이 최고조였다.

일상 속에서 과학 발전의 혜택을 만끽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인류 연사를 변화시킨 발걸음이 어떻게 내디뎌졌는지 모르는 셈이다.

이 책은 1901년 노벨상 창설 때부터 2006년까지 물리, 화학, 생리·의학상의 시상 연설을 묶었다. 수상이 아니라 시상이란 데 주목하라. 해마다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노벨상 시상식은 격식에 맞춰 치러진다. 각계 최고의 인사들과 스웨덴 왕족 등이 한데 모인 자리에서 연설자들은 수상자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그 업적의 의미를 설명한다.

고도의 학문적 성과이기에 전문 과학자가 아닌 청중으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시상자들은 각종 비유를 곁들여 의미를 전달하려 애쓴다. 다시 말하면 이 시상 연설들이야말로 대중이 과학 진보의 100년사를 비교적 쉽게 일별할 수 있는 통로인 셈이다.

예컨대 77년 ‘자기 시스템과 불규칙 시스템의 전자구조’로 물리학상을 받은 필립 앤더슨 박사 등 3명에게 헌정된 시상 연설. 연설자는 생체 세포에서 일어나는 금속원자의 활동을 무대와 발레리나에 비유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보통의 왈츠에서 뒤로 가는 스텝보다 앞으로 가는 스텝이 쉬운 것처럼 전자들의 춤에서는 전자들의 회전과 병진 운동 사이에 일정한 스핀-궤도 결합이 있는데 이것이 물질의 자기적 성질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물리학상’편 391쪽)

엮은이가 노벨재단으로 돼 있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연구원들이 스웨덴 노벨재단의 동의를 얻어 시간을 쪼개가며 엮고 번역했다. 연설 원문은 노벨재단 홈페이지(www.nobelpriz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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