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재개 발표] 장관급 회담서 '전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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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는 13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위해 만난 정세현 수석대표와 북측 김영성 단장 간에 북핵 문제를 둘러싼 팽팽한 설전이 오갔다. 때맞춰 나온 북한의 6자회담 개최 발표를 두고서다.

丁대표는 먼저 "8차 장관급 회담 때부터 (북핵 문제로) 金단장을 내가 못살게 굴었는데, 이번엔 자진 신고를 하고 오셨다"며 운을 뗐다. 그러자 金단장은 "6자회담 조건이 성숙한 것은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 때문"이라고 내세웠다. 그는 "丁수석대표 선생이 자꾸 비틀지 말고 많은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또 金단장이 "비행기에서 남쪽 신문을 봤는데 1, 2면은 전부 국회 소식이고 상급(相級.장관급)회담은 한두개뿐"이라고 지적하자 丁대표는 취재기자들에게 "노동신문은 작게 쓸지언정 우리 신문은 크게 써주쇼"라고 맞받아 폭소가 터졌다.

金단장은 "모처럼 열리는 6자회담이 결실있는 다자회담이 되도록 북남 사이에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 남측이 적극 협조하리라 믿는다"고 말을 건넸고, 丁대표는 "협조가 아니라 협력"이라고 바로잡았다.

서로 뼈있는 말을 이어가자 환담장은 6자회담 전초전을 방불케 했다. 5분 안팎이던 공개 환담은 20분간이나 이어졌다.

丁대표는 金단장이 6.15 공동선언의 이행 속도가 늦은 것 같다고 하자 "핵문제만 해결 국면에 가면 남북관계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金단장이 "아무리 겨울이 길어도 봄은 오고야 만다"고 하자 丁대표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되지 않게 긴밀히 협력하자"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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