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68나노 신공정’ 반도체 다시 살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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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 3분기에 ‘깜짝 실적’을 냈다. 그동안 재계 안팎에서 일었던 ‘삼성전자 위기론’을 잠재울 만한 규모다.

삼성전자는 3분기 매출액 16조6800억원에 영업이익 2조700억원의 실적을 냈다고 12일 발표했다. 매출액은 2분기보다 14%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분기(9100억원)의 2배가 넘었다. 순이익도 2조1900억원에 달해 지난해 4분기 이후 처음으로 2조원대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반도체가 부진에서 벗어났고 통신과 LCD 부문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둔 결과다. 상반기까지 한 자릿수에 머물던 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은 18% 수준으로 개선됐다.

반도체부문 영업이익은 2분기(3300억원)의 세 배 가까운 9200억원으로 늘었다. 정보통신부문도 처음으로 분기매출액 5조원을 넘겼다. 3분기까지 단말기 판매 대수는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 대수보다 100만 대 더 많다. LCD부문의 영업이익도 2분기의 두 배 이상(67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성수기인 4분기에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했다. 주우식 부사장(IR팀장)은 “이제 D램이 회사를 흔드는 상황이 아니다”며 “올 상반기 신기술을 적용하느라 한때 어려움이 있었지만 3분기에 이런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만큼 4분기에도 원가절감 효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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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가 휴대폰 전략 주효 … 매출· 수익성 약진

LCD부문도 반도체서 분리 후 최대 실적 기록

▶뉴스 분석 7월 말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서 “분발하라”는 질책을 받은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황 사장은 12일 3분기 ‘깜짝 실적’으로 이에 화답했다. 삼성전자 실적 발표의 주요 관전 포인트는 과연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하반기에 나아질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상반기에 68나노급 신공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실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8월 초에는 유례없는 기흥반도체 공장 정전사태까지 겹쳤다. 이 가운데서도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세 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의 실적을 거둔 것이다. 올해 9조5000억원의 매출에 1조20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기대하고 있는 하이닉스와 비교하면 3분기에만 매출 5조100억원에 영업이익 9200억원을 기록한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월등한 성적이다.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좋아진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9월 중 반도체 가격이 급락했지만 7~8월엔 강세를 보여 3분기 전반적으로 가격이 좋은 편이었다. 여기에다 신공정이 안정되면서 원가절감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 초부터 D램의 공정을 80나노에서 68나노로 전환하고 동시에 칩 크기를 줄이는 신기술인 6F스퀘어 공정을 적용하려다 보니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3분기부터 수율(정상품 비율)이 원하는 만큼 나오고 있다는 것. 황 사장은 기흥공장 정전사태를 수습한 직후 “정상화 여부 등에 대한 대답은 3분기 실적으로 대신하겠다”고 한 공언을 지킨 셈이다.

또 정보통신 부문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삼성전자는 올 초 최지성 사장이 정보통신총괄 사령탑에 취임하면서 프리미엄 위주 전략을 수정, 신흥시장을 겨냥한 중저가 제품을 늘리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그 결과 2분기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률은 8%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3분기에는 판매 대수와 매출은 물론 수익성도 크게 높아져 세계 1위 휴대전화 회사인 ‘노키아 식 체질’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세계 3위 모토로라와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LCD 부문도 경쟁사인 LG필립스LCD(LPL)와의 경쟁에서 판정승을 거두며 2004년 LCD총괄이 반도체에서 분리된 이후 최대의 매출 실적을 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가 혼자 이끌던 구조와 달리 최근에는 모든 분야가 골고루 탄탄해지고 있다”며 “달러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매출은 연 10% 이상 성장해 올해에는 1000억 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1000억 달러 매출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금융분야의 시티그룹 등 11개사, 엑손모빌 등 정유업계 8개사를 제외하면 제조업체 가운데서는 도요타 등 6개사에 불과하다.

김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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