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못 들어 … 재단 지도력 상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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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옥 의장은 인사말에서 "신정아 사건에 있어 피폐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피해를 많이 본 재학생들이나 선배 동문들에게 낯을 들 수 없다"고 개탄했다. 이 회장은 "학교가 이 사건으로 떨어진 위상을 회복하기를 기대했지만 지도력이 상실됐다고 본다"며 "재단 이사장과 총장이 명예가 실추된 대학을 재도약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수회는 신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9일 전체 교수들을 대상으로 '비상 교수총회' 소집을 통보했다.

교수회는 20여 명의 교수회 대의원들이 미리 만든 성명서를 추인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교수회는 성명서에서 자신이 회주(사찰의 큰어른)로 있는 흥덕사에 1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부당하게 지원받은 재단 이사장 영배 스님과 재단 이사들의 동반 퇴진을 요구했다. 한 교수는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영배 스님은) 재단 이사직을 유지한 채 검찰에 불려 다니는 수모를 학교에 더 이상 안기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수들은 오영교 총장에 대해서도 신씨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혼란과 무능력에 대한 책임을 들어 사퇴를 요구했다. 오 총장은 8월 27일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신씨 교수 임용에는 외압이 작용한 적이 없으며 당시 홍기삼 총장의 인재 욕심이 빚어낸 결과"라고 주장했다. 오 총장은 "변 전 실장을 개인적으로 알지만 강직한 성품으로 절대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고 두둔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교수들은 ▶법인 이사장과 이사진 전원 사퇴 ▶총장과 경영부총장 사퇴 ▶평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총회에 참석한 오원배 (미술학과) 교수는 "교수들이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현 상황을 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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