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동걸린 안면도 관광지 개발사업 소송사태 번져 해결까진 먼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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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사업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안면읍 승언4리 김흥돈이장이 개발 예정지에 나와 안타까운 모습으로 지켜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도청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참아왔는데, 이번에도 또 속았네…”
18년을 끌어온 충남 태안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사업’이 또 다시 제동이 걸리면서 안면도 주민들이 실망과 허탈감을 넘어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대다수 주민들이 충남도와 ㈜엠캐슬 양쪽을 모두 비난하고 있다. 충남도는 무능한 행정능력이 도마에 올랐고 지역기업인 엠캐슬은 소송까지 가야 했느냐는 원망이 끊이지 않았다.

◆안면도 주민 반응= 안면도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충남도가 패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안면도 주민들은 “이번에는 기대가 컸는데 한 두 번도 아니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남신 안면발전협의회 회장(56)은 “올 초 행정소송이 진행될 때부터 주민들은 가슴이 조마조마하면서도 ‘설마’하는 기대를 갖고 있었다”며 “안면도 개발사업이 법적, 행정적인 문제로 비화돼야 하는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소송이 끝난 것은 아니지만 몇 년 전처럼 또 다시 중도 하차하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며 “도의 소송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주민들도 향후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남면 주민 박흥기(37)씨는 “지난 89년 이후 주민들은 건축제한 등의 행정규제로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는 등 여러 가지 불이익을 당했다”며 “누가 책임질 것이냐”며 충남도의 무능한 행정능력을 질타했다. 그는 “다른 지역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동안 안면도는 규제에 묶여 죽어가고 있다”며 “안면도를 살린다고 하는 관광지 개발사업이 오히려 주민들을 죽이는 정책이 되어버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안면도 국제관광지 개발사업은 안면도 천혜의 자원을 바탕으로 민자를 유치, 국제적 휴양지를 개발하겠다는 사업으로 1989년부터 충남도가 나서 추진해왔지만 민자유치 부진 등으로 개발 주체, 방식 등이 바뀌면서 지난 18년간 표류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충남도 투자유치위원회에서 인터퍼시픽컨소시엄을 이 개발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면서 활기를 되찾는 듯 했으나 경쟁에서 탈락한 대림오션캔버스컨소시엄측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대전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앞으로 어떻게 되나=법원의 판결로 엠캐슬이 참여하고 있는 대림오션캔버스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승계 받게 된다.

그러나 충남도가 항소 방침을 밝힘에 따라 사태해결의 장기화가 예상된다. 정재근 충남도 기획관리실장은 “항소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은 현 단계에서 대림컨소시엄과 우선협상을 진행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안면도개발사업을 대림컨소시엄 측에 맡길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엠캐슬 관계자는 “충남도가 항소한다면 그에 맞춰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항소에 따른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양측이 2심 소송에 나설 경우 지난 89년 이후 18년째 답보해오던 안면도개발은 다시 상당 기간 사업지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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