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연료전지’ 비행기 10시간 날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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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군 첩보기관에서는 소리 없이 적진에 침투할 수 있는 무인 정찰기가 꿈이다. 이 때문에 곤충을 모방하거나 소형 무인 비행기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소형 무인기들은 소음이 적으면 비행 시간이 짧고, 비행시간이 길면 소음이 심하다.

 KAIST 항공우주공학과 권세진(48) 교수는 연료전지, 심현철(38) 교수는 무인 항공기 전문가다. 두 사람은 올해 초부터 고성능 무인기 개발에 나섰다. 그 결과 9일 10시간 이상 거의 소음 없이 하늘을 나는 소형 무인 비행기를 개발해 비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각각의 장기를 살려 권 교수가 개발한 연료전지를 심 교수가 개발한 무인 비행기에 탑재한 것이다. 비행기의 무게는 2.5㎏이며, 몸체의 폭은 1.5m, 길이는 80㎝다.

권세진 교수가 자신이 개발한 무인 항공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권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연료전지를 시연하려는 생각에 무인 항공기를 끌어들였다.

 “전자업체들이 연료전지를 시연할 때면 노트북이나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사실 이들 전자제품은 배터리로도 큰 불편이 없어 인상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 무인 항공기를 연료전지에 접목한 것입니다.”

 권 교수의 구상은 적중해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성능이 좋은 소형 무인 항공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또 연료전지의 우수한 특성을 유감 없이 알렸다. 연료전지는 자동차에 주유하듯 연료만 넣어주면 화학 반응에 의해 수소를 만들고 그 수소로 전기를 소음 없이 만든다.

미군이 이라크에서 사용한 소형 무인 정찰기는 소음이 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배터리를 사용했으나 체공 시간이 겨우 30~40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충분한 정찰에 한계가 있었다. 미국 해군연구소와 조지아공대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고압의 수소가스를 원료로 한 연료전지를 무인 항공기에 장착했으나 여전히 체공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았고 연료 보급에도 문제가 많았다.

 

권 교수의 연료전지는 수소를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수소화붕소나트륨을 사용해 무인 비행기를 10시간 이상 날 수 있도록 했다. 휘발유 엔진에 비해 거의 소음이 없다. 연료전지에서 만드는 전기로 프로펠러를 돌리기 때문이다. 이 연료전지는 소형 무인기뿐 아니라 로봇 등의 전원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연료가 떨어지면 수소화붕소나트륨을 녹인 물을 보충해주면 된다. 취급도 간단하고 위험하지도 않다. 고압 수소 가스는 저장 용기도 특수 합금으로 만들어야 하고, 폭발 위험이 있다.

 권 교수팀은 항공기 회사, 군수 회사 등 여러 곳에서 공동 연구를 하자는 제안을 받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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