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메인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110m 허들 남고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이 힘차게 장애물을 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그러나 대한육상경기연맹은 “계측기기 오작동”이라며 기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학연맹은 그런 대한육련의 결정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년이 지난 지금도 “다 끝난 일”이라는 주장과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이라는 주장이 팽팽히 맞선 상태다. 정작 세 선수들에게 지난 반년은 기억하기 싫은 시간이었다. 자신들은 힘껏 달린 것밖에 없는데 주위에선 마치 부정한 짓이라도 한 사람을 보는 듯했다. “진짜 한국신기록을 세운 거라면 또 한번 뛰어봐”라는 빈정거림도 부지기수였다.
이들은 이후 슬럼프에 빠졌다. 훈련도 잘 안 됐다. 그들에게 한국신기록은 축복이 아닌 저주였다.
11일 시작된 광주 전국체전 육상 남대부 100m 출전명단에 세 선수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세 선수가 한 대회에 나선 것은 안동대회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안동대회 때 쇄골이 부러졌던 조영욱은 예선 직전 출전을 포기했고 박평환·손해성은 예선에서 각각 조 1위로 결승에 올랐으나 결승에서는 3위(10초55)와 5위(10초65)에 그쳤다. 자신들에게 쏠렸던 곱지 않은 시선을 돌리기에는 한참 부족한 결과다. 두 선수는 “올해는 다 끝났고, 잘 준비해서 내년에 다시 한번 기록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신기록의 기대를 모았던 100m 남자 일반부 임희남(상무·경기)은 10초37을 기록, 금메달은 따냈지만 0.03초 차로 아깝게 기록 경신에 실패했다. 뒷바람도 초속 2.3m로 불어 기준(초속 2m)을 0.3m 초과했다.
광주=장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