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PPING] 멕시코의 자랑 '칼루아' 공장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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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멕시코시티 동쪽 외곽으로 약 한 시간가량 차로 달리자 커피 리큐어(liqueur·곡류나 과일을 발효시켜 만든 증류주에 약초·과일·커피 등 식물성 향미와 색을 가미한 혼성주) ‘칼루아’를 생산하는 로스레예스 공장(사진<下>)이 나타났다. 스페인풍의 건물에 들어서자 진한 커피향이 코끝을 스친다. 사람 키의 네댓 배는 됨직한 커피 숙성 탱크에서 나오는 냄새다. 이 탱크에서 나오는 커피 원액을 사탕수수 발효주(럼)·시럽·바닐라·캐러멜 등과 블렌딩한 것이 칼루아다. 공장 관계자는 “좋은 환경과 질 좋은 원료가 어우러진 칼루아는 멕시코의 자랑”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커피라는 뜻의 아라비아 말인 칼루아는 다른 것과 섞지 않고 그 자체만으로 마시기도 한다. 하지만 보통은 ‘블랙 러시안’ ‘화이트 러시안’ ‘칼루아 밀크’ 같은 칵테일 베이스(주재료)로 더 많이 쓰인다. 알코올 도수가 소주와 비슷한 20도로 만만찮지만, 달콤한 맛과 강한 커피향 때문에 술이라는 느낌은 작다. 한두 잔 홀짝거리다 보면 어느덧 취기가 슬슬 돌기 때문에 젊은 층 사이에서는 속칭 ‘작업술’로도 통한다.

이 공장에서는 연간 300만 상자(9L 기준)의 칼루아가 생산돼 전 세계 120여 개국으로 수출된다. 리큐어로서는 세계 20대 주류 브랜드에 당당히 포함되기도 했다.

칼루아는 한국에 1995년 처음 소개됐다. 조금씩 판매가 늘지만, 아직 전 세계 판매량에서 한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 미만이다. 하지만 칼루아 브랜드를 갖고 있는 세계 2위 주류업체 페르노리카의 귀렉 다노 아태지역 마케팅 총괄 임원은 긍정적 전망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한국의 음주문화가 접대 중심에서 친목 위주로 바뀌고 있다. 앞으로 칼루아 같은 리큐어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소주·맥주·양주 등에 치중됐던 술 소비 패턴이 조금씩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넓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페르노리카의 한국법인인 진로발렌타인스도 여성 소비자들의 각종 파티를 후원하는 ‘밀착 마케팅’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멕시코시티=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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