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정원 5825명 … 도입 3년 일본 로스쿨 올해 '사시 낭인' 2700여 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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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사법개혁을 실시한 지 3년 만에 갖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애초의 법과대학원 도입 취지인 법률 서비스의 획기적 개선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사법개혁의 또 하나의 수레바퀴인 배심원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초 전국 법원에서 모의 재판을 실시해 보니 "생업이 바쁘다"는 이유로 고사하는 시민이 많았다.

법과대학원을 나온 뒤 합격률이 너무 낮았다. 올해 시험에는 모두 4607명이 응시해 1851명이 변호사 자격을 따면서 합격률은 40%에 그쳤다. 나머지 60%에 이르는 2700여 명은 백수 생활을 해야 한다. 법과대학원 졸업자 중 비전공자의 합격률은 32%에 불과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이공계를 비롯해 다양한 경험을 가진 일반인을 '3년간 공부시켜 법조 인력으로 배출한다'는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 이미 일반인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 도쿄대의 경우 첫해 58%에 이르던 비전공자 입학생 비율이 올해는 28%까지 떨어졌다.

일본 언론들은 시행착오를 겪는 원인을 지역안배에서 찾고 있다. 처음에는 합격률 70% 이상을 목표로 총정원으로 4000명가량을 뽑으려 했다. 그런데 지역 안배를 고려하면서 전국 74개 대학에 5800명이나 분배했다. 그러니 합격자를 3000명까지 늘려도 합격률이 50%를 넘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수생을 의미하는 '사법고시 낭인'을 양산하고 있다. 불합격자뿐 아니다. 응시 자격이 있는데도 도전을 미루고 낭인 생활을 시작한 법과대학원 졸업생도 700명에 이른다. 회사원 출신의 한 법과대학원 졸업생(34)은 "5년 내 3회로 응시 기회가 제한돼 있어 도전 시기를 조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조 지망자들의 경쟁도 예상보다 치열하다. 이 바람에 법과대학원들은 당초 개혁 효과로 기대했던 판례 위주의 공부보다 과거의 암기식 공부로 돌아갔다. 사법시험 전문학원은 더욱 성업 중이다. 내년에 응시하려고 준비 중인 종합상사 출신 30대 남자는 "학교 공부만으로는 불안하기 때문에 학원에서 별도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 취직 대란도 고민이다. 2004년 법과대학원에 처음 입학한 학생들은 1년여의 사법연수를 마치고 지난달부터 취업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중 100여 명은 아직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입도선매는 옛말이다. 지난달부터 연말까지 2500명의 새내기 변호사가 쏟아져 나오게 되면서 '구직난'이 발생한 것이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늘어난다. 2010년부터는 합격자를 매년 3000명씩 늘릴 계획이어서 변호사 공급 초과 현상은 갈수록 극심해질 전망이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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