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일’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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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9일 신한은행 개인여신관리부. 김봉구(39) 과장은 오전 9시30분부터 점심 때까지 그야말로 ‘일만’ 했다. 동료와 잡담도 안 했다. 담배도 안 피우며 메신저도 꼭 필요한 경우만 썼다. 오는 전화는 받지만 업무와 관계없으면 바로 끊었다. 그는 “담배도 줄고 업무 성과도 높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권에 집중 근무제가 확산하고 있다. 집중 근무제는 특정 시간대에 다른 모든 것을 제쳐놓고 업무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신한은행과 삼성카드가 이달부터 집중 근무제를 도입했고 우리은행은 지난해 9월 도입해 시행 중이다.

신한은행은 본점 전 부서에서 오전 9시30분부터 11시50분까지 140분간을 집중 업무시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에는 ^부서장의 업무보고·지시를 자제하며 ^업무 목적 외 인터넷·전화·메신저 사용도 금한다. 가치혁신본부 조태규 부부장은 “일의 효율도 높아지고 남는 시간을 자기계발 등에 쓸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삼성카드는 본사가 오전 8시~9시30분, 지점은 오전 8시30분~10시 매일 1시간30분을 집중 근무시간으로 운영한다. 이미 1년째 이 제도를 시행 중인 우리은행은 오후 4~6시를 집중 근무시간으로 정했다. 이때는 부서 간 회의도 금지되고 흡연구역은 아예 폐쇄한다. 사내 전산망에 초록 불빛을 반짝여 집중 근무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구인 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최근 국내 137개 기업 인사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36개(26.3%)사가 집중 근무제를 운영 중이며 절반 이상(62.8%)이 도입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걸림돌도 있다. 특히 금융권은 대고객 업무가 많아 정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5년 전 집중 근무제를 도입했다가 한 달 만에 중단한 D생명보험 관계자는 “오는 전화를 안 받을 수도 없는 데다 꼭 만나야 할 외부 인사가 찾아오는 등 예외가 생기면서 흐지부지됐다”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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